한국으로 보내는 우편물을 부치러 동네 우체국에 갔다가 이런 질문을 받고 황당했던 기억이 있다. 그러나 월드컵이 가져다 준 마술 같은 효과는 프랑스는 물론 유럽에서 한국의 국가 신인도를 엄청나게 올렸다. 요즘 들어 유럽의 한인들은 ‘일본인이냐’ ‘중국인이냐’고 묻던 유럽사람들이 처음부터 ‘한국인이냐’고 묻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한국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한국관련 행사도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다. 23일 프랑스 파리에서는 한국을 주빈국으로 초청한 ‘파리가을축제’가 성황리에 개막됐다. 프랑스 최대 축제에 한국이 주빈국으로 초청된 것은 축제가 시작된 지 31년 만에 처음.
일간 르피가로와 리베라시옹은 23일 각각 한 면을 할애해 이번 축제에 참가하는 한국예술을 소개했으며 르몽드도 지난주 한국문화 특집면을 냈다.
12월까지 이어지는 축제 기간 중 국립국악원과 사물놀이 공연팀은 프랑스 지방순회공연도 벌인다. 11월 파리 교외의 생제르맹앙레에서도 ‘조용한 아침의 나라 한국 2002 문화 페스티벌’이 개최된다.
네덜란드에서는 거스 히딩크 감독(PSV 아인트호벤)의 고향 파르세펠츠에서는 25∼28일 ‘한국식품 전시홍보전’과 ‘히딩크 기념관’ 개관식이 열린다. 벨기에 브뤼셀의 유럽연합대표부 전시실에서는 27일부터 ‘한국현대미술전시회’도 이어진다.
유럽에 한국을 알릴 절호의 기회다. 하지만 일련의 행사들이 유기적으로 통합되지 못한 채 산발적으로 이루어지는 느낌이다. 문화계와 정·재계가 모두 참여하는 국가적인 문화마케팅전략의 수립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과거 유럽에 진출한 일본기업들은 일본문화행사가 유럽에서 열릴 경우 표를 거의 다 사들여 유럽기업들에 돌렸다. 일본문화도 알리고 덩달아 일본상품의 가치도 올라갔다.
파리가을축제 개막식 참석을 위해 프랑스를 방문한 박문석(朴紋奭) 문화관광부 차관은 “1인당 국민소득 1만달러까지는 몰라도 2만달러 고지에 오르려면 문화마케팅 없이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박제균 기자 ph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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