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산책]박제균/유럽 한국붐… 문화마케팅 전략을

  • 입력 2002년 9월 24일 18시 34분


“서울이 북한의 수도인가?”

한국으로 보내는 우편물을 부치러 동네 우체국에 갔다가 이런 질문을 받고 황당했던 기억이 있다. 그러나 월드컵이 가져다 준 마술 같은 효과는 프랑스는 물론 유럽에서 한국의 국가 신인도를 엄청나게 올렸다. 요즘 들어 유럽의 한인들은 ‘일본인이냐’ ‘중국인이냐’고 묻던 유럽사람들이 처음부터 ‘한국인이냐’고 묻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연재물 리스트로 바로가기

한국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한국관련 행사도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다. 23일 프랑스 파리에서는 한국을 주빈국으로 초청한 ‘파리가을축제’가 성황리에 개막됐다. 프랑스 최대 축제에 한국이 주빈국으로 초청된 것은 축제가 시작된 지 31년 만에 처음.

일간 르피가로와 리베라시옹은 23일 각각 한 면을 할애해 이번 축제에 참가하는 한국예술을 소개했으며 르몽드도 지난주 한국문화 특집면을 냈다.

12월까지 이어지는 축제 기간 중 국립국악원과 사물놀이 공연팀은 프랑스 지방순회공연도 벌인다. 11월 파리 교외의 생제르맹앙레에서도 ‘조용한 아침의 나라 한국 2002 문화 페스티벌’이 개최된다.

네덜란드에서는 거스 히딩크 감독(PSV 아인트호벤)의 고향 파르세펠츠에서는 25∼28일 ‘한국식품 전시홍보전’과 ‘히딩크 기념관’ 개관식이 열린다. 벨기에 브뤼셀의 유럽연합대표부 전시실에서는 27일부터 ‘한국현대미술전시회’도 이어진다.

유럽에 한국을 알릴 절호의 기회다. 하지만 일련의 행사들이 유기적으로 통합되지 못한 채 산발적으로 이루어지는 느낌이다. 문화계와 정·재계가 모두 참여하는 국가적인 문화마케팅전략의 수립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과거 유럽에 진출한 일본기업들은 일본문화행사가 유럽에서 열릴 경우 표를 거의 다 사들여 유럽기업들에 돌렸다. 일본문화도 알리고 덩달아 일본상품의 가치도 올라갔다.

파리가을축제 개막식 참석을 위해 프랑스를 방문한 박문석(朴紋奭) 문화관광부 차관은 “1인당 국민소득 1만달러까지는 몰라도 2만달러 고지에 오르려면 문화마케팅 없이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박제균 기자 phark@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