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뉴욕컬렉션 '여성'의 부활

  • 입력 2002년 9월 26일 17시 27분


‘뉴욕 패션위크’의 주 행사장인 브라이언트 파크 내 임시 텐트 일대 전경. 지난해 패션위크 기간 중 벌어졌던 9.11테러 때문인 듯 행사장 곳곳을 경비하는 경찰관들의 수가 눈에 띄게 많았다. 사진제공 포토그래퍼 토미 염
‘뉴욕 패션위크’의 주 행사장인 브라이언트 파크 내 임시 텐트 일대 전경. 지난해 패션위크 기간 중 벌어졌던 9.11테러 때문인 듯 행사장 곳곳을 경비하는 경찰관들의 수가 눈에 띄게 많았다. 사진제공 포토그래퍼 토미 염
마크 제이콥스, 도나 카란, 캘빈 클라인, 랄프 로렌 등 미국과 해외 디자이너 60여명이 신작을 선보인 2003년 봄 여름 뉴욕 컬렉션(18∼23일). 최대 협찬사의 이름을 따서 ‘메르세데스 벤츠 패션위크’라는 공식명칭을 가지고 있는 이 패션축제는 처음으로 뉴욕-런던-밀라노-파리 순으로 진행되는 세계 4대 패션쇼의 전통을 뒤엎고 런던컬렉션 뒤로 일정이 조정됐다. 쇼 기간도 8일에서 6일로 줄어들었다. 5번가와 6번가 사이의 유서깊은 브라이언트공원에서 세 개의 초대형 임시 텐트를 쳐놓는 등 집단적으로 쇼를 진행하던 방식도 바꾸었다. 텐트는 두 개만 남겨놓고 맨해튼 전역으로 쇼를 분산했다.

이 모든 변화는 지난해 뉴욕컬렉션 와중에 발생한 9·11 테러 때문이다. 1주기를 맞아 테러 재발이 경고되자 패션위크 사무국이 마련한 일종의 대비책이었다.

뉴욕시 5번가의 고급백화점 ‘버그도프 굿맨’의 각 창문에는 다양하게 변형된 성조기 상징 문양이 내걸려있다. 패션 브랜드 ‘갭(Gap)’은 ‘WE REMEMBER(우리는 기억한다)’라고 쓰인 대형 간판을 설치했다. 펜디, 베르사체, 살바토레 페라가모 등 해외 명품 브랜드 가게들은 흰장미 등으로 창문을 장식하며 희생자의 고통과 살아남은 자의 불안을 애도했다. 패션위크에도 9·11 테러가 드리운 흔적은 뚜렷했다.

앤 클라인의 수석 디자이너 찰스 놀란은 “9·11 이후 미국인들은 스스로 자기정체성을 규정하고 되돌아보는 작업에 한창이다. 성조기는 이런 미국인을 상징한다”며 깃발 제작 때 자주 사용되는 더블스티치와 스트라이프 문양이 들어 있는 톱, 스커트 등을 선보였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디자이너들이 선보인 의상들은 9·11 쇼크에 반발이라도 하듯 예년의 봄 여름쇼 때보다 훨씬 밝고 생동감 넘치는 느낌이었다.

AP통신은 이번 뉴욕컬렉션 여성복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극단적인 여성성(ultra femininity)의 부활’이라고 정리했다. 치맛단과 레이스 러플 등으로 과장되게 멋을 내 여성성을 강조한 의상들이 많았다.

특히 △나르시소 로드리게스 등이 선보인 다양한 명도와 채도의 핑크색 △엉덩이 아랫부분이 보일 정도로 짧은 미니 스커트와 쇼트팬츠를 가리키는 마이크로 보텀스 △무릎 길이 반바지의 밑단이 말아 올려진 크롭트 팬츠 △상의는 몸에 섹시하게 달라붙고 치맛단은 크게 퍼지는 시폰, 저지, 레이스 소재의 플레어 스커트가 연출하는 1950년대룩 △마크 제이콥스가 선보인 빨간색 골프 조끼와 안나 수이의 골프 장갑 등에서 보여진 골퍼룩 △도나 카란, 마이클 코어스, 마크 제이콥스 등이 선보인 발랄한 물방울 패턴 등이 전체적인 포인트 트렌드로 떠올랐다.

<도움말, 사진제공〓컬렉션정보업체 모다뉴스(www.modanews.com) 조현옥 편집장, 이의진 이사, 배정희 실장>

뉴욕〓김현진기자 bright@donga.com

■'2003·봄 여름·뉴욕 패션위크' 패션 포인트

◁ 마크 제이콥스, 나르시소 로드리게스 캐롤리나 헤레라 등은 뉴욕의 디자이너들은 다양한 핑크톤을 대거 사용했다. ‘마크 제이콥스’는 꽃무늬 프린트에 허리선이 높은 하이 웨이스트 원피스와 칠분 소매 재킷을 선보였다. 뉴욕타임스는 “그의 컬렉션은 남편을 위해, 교회 예배나 사교모임에 갈 때 신경 써서 차려 입었으면서도 티를 내지 않은 1950년대 여성들을 모티브로 했다”고 평했다.

▷ 9·11 테러 1주기를 의식한 듯 미국 성조기에서 모티브를 딴 스트라이프 셔츠를 굵은 스트라이프 면 스커트와 결합시킨 ‘앤 클라인’의 작품. 디자이너 도나 카란도 제2차세계대전 당시의 진주만 공습을 상징하듯 진주 모양 프린트를 많이 사용했으며 미국의 ‘장밋빛 시절’인 1950년대 복고룩을 선보여 ‘애국심 무드’를 보여주었다.

◁ 이번 컬렉션에서는 아슬아슬한 길이의 짧은 미니스커트와 쇼트 팬츠를 가리키는 ‘마이크로 보텀스’가 유난히 많았다. 사진은 ‘마이클 코어스’의 쇼트 팬츠. 토미힐피거 등은 미니스커트를 선보였다. 신체의 대부분이 고스란히 노출되는 ‘마이크로 보텀스’의 유행은 ‘몸’이라는 화두에 관심이 높아짐을 예고하는 것이다.

▷ 뉴욕 컬렉션에는 남성복 트렌드를 함께 선보인 브랜드들도 있었다. 케네스 콜은 밝은 회색의 브이넥 스웨터에 부드러운 스카프, 데님 팬츠를 함께 매치해 편안한 옷차림을 연출했다. 이처럼 정장과 캐주얼을 매치하는 감각이 내년 봄에도 멋쟁이의 필수 요소가 될 듯. 토미 힐피거도 검은색 투버튼 턱시도 재킷에 페이즐리 무늬가 들어간 파란 면팬츠, 스니커즈를 코디네이션했다. 폭이 좁은 넥타이도 많은 브랜드에서 선보인 유행 예감 아이템.

◁ 활동성이 강한 카고 팬츠나 무릎 길이 정도로 내려오는 반바지의 밑단을 걷어올린 크롭트 팬츠도 유행 아이템으로 점쳐졌다. 오렌지색 카고 팬츠에 앞단추가 달린 스탠드 칼라가 포인트인 ‘빅토리안 재킷’, 스트라이프 티셔츠를 곁들인 ‘마크 바이 마크 제이콥스’의 작품. ‘스틸레토 힐’도 많이 선보였다. 전반적으로 7분 또는 8분 팬츠에 굽이 높고 섹시한 느낌의 ‘스틸레토 힐’을 곁들인 디자인이 많았다.

▷ 패션에서의 스포티즘(sportism)은 내년에도 계속된다. ‘오브제’와 ‘오즈세컨’의 디자이너 강진영, 윤한희씨가 함께 선보인 인터내셔널 브랜드 ‘Y&Kei’ 패션쇼에서는 복싱 기어를 쓰고 활동적인 7분 팬츠를 곁들인 ‘복서룩’이 선보였다. 몸에 꼭 끼는 단순한 디자인의 팬츠에 드레시한 원피스를 곁들이는 레이어드룩도 유행 아이템이 될 듯. 안나 수이, 마크 제이콥스 등도 골프 조끼와 장갑 등 스포츠와 관련된 의상을 선보였다.

◁ 여성성이 강조된 이번 컬렉션에서는 면, 데님 등 미국 특유의 실용성을 강조한 소재들뿐만 아니라 날아갈 듯 가볍고 섬세한 소재를 사용한 의상이 많았다. 디자이너 한혜자씨의 브랜드 ‘HANEZA’는 ‘거의 아무 것도 입지 않은 듯한 느낌’을 내기 위해 실크, 새틴, 시폰 등을 소재로 한 시스루를 대거 선보였다. 베라 왕은 와플 같은 격자무늬 줄무늬가 새겨진 오간자 스커트에 시폰 소재 홀터넥 블라우스를 곁들이기도 했다.

▷ 밝은 핑크색과 흰색 물방울 무늬를 사용해 로맨틱한 DKNY의 플레어 스커트. 셔츠와 상의는 몸에 꼭 맞게, 치마는 밑단이 넓게 퍼지는 스타일은 1950년대 복고풍이다. 마이클 코어스는 핫팬츠, 두건 등에 흰색과 감청색이 조화를 이루는 물방울 무늬를 사용했고 마크 제이콥스는 핑크색 물방울 무늬를 스커트에 많이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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