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전역 ‘영어 열풍’…쓰레기車 스피커에서 “How are you”

  • 입력 2002년 9월 26일 18시 33분


최근 대만에 거센 ‘영어 열풍’이 불면서 매일 아침 시가지를 누비는 쓰레기 수거 차량이 영어학습에 한몫 단단히 하고 있다고 아시안월스트리트저널이 25일 보도했다.

인구 70만명의 타이난(臺南)시에서는 얼마 전부터 영어 방송을 들려주는 쓰레기 수거차량이 등장했다. 각 가정의 쓰레기를 회수하는 14t의 이 대형 트럭은 매일 아침 골목골목을 누비면서 대형 스피커를 통해 경쾌한 음악과 함께 “How are you” “Fine. Thank you” 등의 영어회화를 들려주고 있다.

영어학원에서는 흑인으로 분장하고 랩 가사를 통해 학생들에게 영어를 가르치거나, 게임과 노래를 통해 영어회화를 교습하는 강사들이 큰 인기를 모으고 있다. 일부 극성파 부모들은 자식들이 미국인처럼 영어 발음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혀 근육 조직의 일부를 절단하는 수술을 하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타이베이(臺北) 종합병원 이비인후과 장 슈이 박사는 “학부모들이 의학적으로 전혀 근거가 없는 이런 수술을 해달라고 요청할 때마다 난감하다”며 “완벽한 영어 발음은 반복훈련을 통해 얻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신문은 일본에서도 인기 남성밴드 스마프가 최근 알기 쉽게 공부하는 영어책을 출간해 베스트셀러가 되자 유명인사들도 무슨 유행처럼 영어책을 내고 있다고 전하고 “이 같은 이상열기는 역설적으로 학교에서의 정규 영어교육이 별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반증”이라고 꼬집었다.

김정안기자 cred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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