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로 태어나고도 그 사실을 모른 채 여자로 살아야 했으며, 뒤늦게 그 사실을 알고 다시 남자로서 자신의 성 정체성을 찾은 브루스이자 브렌다, 또는 데이비드.
일란성 쌍둥이의 형인 브루스는 1967년 캐나다 위니펙에서 의료사고로 생식기를 잃게 된다. 성전환 전문가인 존 머니 박사의 권유로 브루스의 부모는 성전환 수술을 결심한다. 머니 박사는 불완전한 생식기를 가진 신생아들에게 수술과 호르몬 치료를 통해 적합한 성을 부여하면 된다고 주장했던 인물.
성전환 수술을 받은 브루스는 브렌다로, 여자아이로 길러진다. 그러나 브렌다는 인형보다는 장난감 총을, 소꿉놀이보다는 카우보이와 인디언 놀이를 좋아했다. 그는 자신에게 강요된 성 정체성에 처음부터 저항했던 것이다.
존 머니 박사의 완벽하게 성공한 의학적 사례로 이용됐던 그는 14세 때, 이 모든 사실을 알게 된다. 브렌다는 원래대로 돌아가기로 결심하고 데이비드 라이머로 개명한 뒤 생식기 재건 수술을 받는다. 두 번의 자살 시도가 있었지만, 이제 그에게는 아내 제인 폰테인이 함께 있다.
데이비드는 이렇게 얘기한다. “만일 어떤 여자가 사고로 가슴을 잃었다면 남자로 만들어야 하나요? ‘완벽한 인간으로서의 삶’을 누릴 수 있도록?”
워싱턴 포스트 북월드는 “한 어린이와 가족의 이야기도 흥미롭지만, 가정에 불과한 이론이 일반적인 치료방법으로 굳어져 가는 것을 치밀하게 추적한 과정도 인상적”이라고 평했다.
조이영기자 ly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