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직 세계]MRED(부동산 석사)

  • 입력 2002년 9월 29일 17시 51분


【‘부동산 MBA’라고도 불리는 MRED(Master of Real Estate Development)는 부동산 이론과 금융, 자산관리 등을 결합한 전문가 코스로 미국에서는 MBA 이상으로 높이 평가되는 자격. 국내에서는 주로 외국계 부동산회사나 부동산투자회사(리츠)에서 일한다. 특히 외환위기 이후 국내 부동산을 대거 사들인 외국계 자본은 기존의 ‘주먹구구식’ 부동산 평가와 관리를 불신하고 있어 MRED가 각광받을 수 있는 토양을 제공했다.】

▼“건물 몸값 올려줍니다”▼

◆코리아셋 자산관리팀 양미아차장

“연예인 매니저는 스타의 몸값을 챙기고 저는 건물의 몸값을 관리합니다.”

코리아에셋 어드바이저스(KAA) 자산관리팀의 양미아(梁美娥·33) 차장. 국내에서 50여명에 불과한 미국 부동산학 석사(MRED) 자격을 갖춘 부동산 전문가다.

“부동산은 쌀 때 샀다가 비쌀 때 팔면 된다는 정도가 지금까지 부동산에 대한 인식이었어요. 하지만 미국에서는 부동산을 ‘수익을 내는 자산’으로 ‘경영’하는 것이 일반화돼 있죠.”

양 차장은 “국내에서도 연간 수입과 지출을 관리하고 수익창출 계획을 세워 건물 가치를 높이는 일이 점차 전문가들 손에 맡겨지고 있다”고 전했다.

2000년 4월 입사한 양 차장이 일궈낸 최고의 성과는 서울 광화문에 위치한 서울파이낸스센터빌딩 지하 아케이드.

“2000년 10월 건물주인 싱가포르투자청이 저희 회사에 관리를 맡겼을 때 지하층은 텅 빈 공간이었어요.”

양 차장팀은 이곳을 ‘뉴욕풍의 고급 식당가’로 만들기로 하고 건축가 인테리어전문가와 협조해 ‘컨셉트’에 맞게 내부를 고쳤다. 식당가가 완성될 때까지 10개월 동안 오후 10시 이전에 퇴근한 적이 없다.

지난해 7월부터는 서울 강남구 역삼동 로담코타워와 송파구 잠실동 시그마타워를 관리하고 있다. 둘 다 외국계 투자회사의 소유. 한국에 상주하지 않는 외국 투자사들의 자산을 관리하다보니 하루 일과는 항상 소유주가 보내는 e메일을 체크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정기적으로 소유주에게 수입과 지출, 수익창출 계획을 보고하느라 서류작업이 끝이 없다. 목표 수입을 달성하지 못하면 계약이 깨질 수 있다는 점이 최대의 스트레스.

가정주부가 재산증식부터 청소까지 집안의 모든 일을 돌보듯 빌딩관리 업무에도 ‘멀티 플레이어’의 재능이 필요하단다.

청소 등은 전문 용역회사에 맡기고 법적인 문제는 법률회사가 주관하지만 이들과 끊임없이 협의해야 하므로 매일 회의가 5, 6번은 된다. 짬만 나면 빌딩 구석구석까지 살펴야 한다.

“올 여름 비가 많이 올 때는 불안해서 휴일이나 한밤중에도 건물에 들러 상태를 점검했어요.”

양 차장은 1991년 대구에서 대학을 졸업한 뒤 3년간 지방공무원 생활을 했다. 하지만 ‘너무 편한 것 같아서’ 유학길에 올랐다.

“도시계획 석사 과정에서 공부를 시작했다가 마지막 학기에 부동산 파이낸스 과목을 들으면서 ‘이거다’ 싶더라고요. 곧장 MRED 과정을 시작했죠.”

연구조교를 하고 짬이 날 때는 로스앤젤레스시청에서 시간제 직원으로 일하면서 ‘독하게’ 공부해 1년반 만에 힘든 과정을 마쳤다.

그 후 로스앤젤레스시청 자산관리부에서 1년 반 동안 시 소유의 부동산을 관리하는 업무를 맡기도 했다.

“미국은 땅도 넓고 부동산 개발 방법도 다양하지만 아직 한국에서는 MRED의 업무영역이 제한돼 있어요. 하지만 머잖아 서구식 부동산 개발이나 관리가 본격화되면 MRED가 할 일은 더 많아질 거예요.”

공부하고 일하느라 아직 미혼인 양 차장의 수입은 얼마나 될까.

“미국에서 MRED는 MBA자격 소지자와 비슷하거나 조금 더 받아요. MBA를 마치고 첫 연봉이 7만∼10만달러쯤 될 걸요.”

슬쩍 답을 피했다.

박중현기자 sanjuck@donga.com

▼수익 내는 능력 증명해야 자격증 부여▼

◆CCIM(부동산투자분석사) 코람코 김대형이사

“부동산 투자를 ‘과학화’하려면 수익성에 근거한 평가방식이 필요합니다. ‘상업용 부동산 투자분석사(CCIM)’ 자격은 이런 능력을 갖췄다는 걸 입증해주는 증명서입니다.”

산업은행 계열 부동산투자회사(리츠) ‘코람코’의 김대형(金大衡·40) 이사는 국내에서 22명만이 갖고 있는 CCIM 자격증 소지자.

리츠 펀드에 편입될 건물의 수익성과 투자가치를 평가해 사들이는 업무를 맡고 있다. 7월초 서울 명동의 제일백화점 매입이 그의 작품. CCIM은 미국의 중개사협회인 NAR(National Association of Retailor)가 회원들의 부동산실무 능력을 인증하기 위해 부여하는 자격증이다.

김 이사는 “국내 감정평가사가 부동산을 평가하는 방식은 주변 부동산의 거래 시세나 원가에 기초한 것으로 지나치게 단순하다”면서 “외국 투자사들은 이런 방식을 전혀 신뢰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런 이유로 국내외 부동산투자회사들은 부동산의 수익성을 체계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CCIM 자격자를 필요로 한다는 것. 한국인 자격증 소지자도 대부분 부동산투자회사, 부동산 담보물을 다루는 금융사, 부동산 컨설팅업체 등에 몸담고 있다.

CCIM 자격증은 후보자에게 요구하는 조건이 대단히 까다롭다. 자신이 직접 참여한 부동산컨설팅 매매중개 부동산가치평가 개발사업 등에서 생긴 수수료가 3000만달러 이상 되는 사람에게만 시험 칠 자격을 준다. 이 때문에 미국에서도 이 자격을 갖춘 사람은 1만명으로 비교적 적다. 시험자격을 얻은 후 5단계로 치러지는 시험은 이 분야의 경험자라면 한두달 정도의 공부로 통과할 수 있는 수준이다.

2000년말 미국에서 자격을 딴 김 이사는 “최근 국내에서도 CCIM 강좌가 자주 열린다”면서 “자격증을 따려는 사람뿐 아니라 부동산거래의 ‘글로벌 스탠더드’를 이해하려는 사람에게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대에서 건축학 학사 및 석사학위를 취득한 김 이사는 삼성물산 건설부문에서 근무한 후 컨설팅사인 아더앤더슨에서 부동산금융팀장을 지내기도 했다.

박중현기자 sanjuck@donga.com

▼자격증 따려면…美유학 2년과정에 학비 10만달러, 1∼4단계 한국, 최종 미국서 시험▼

MRED을 이수하거나 CCIM 자격증을 따려면 먼저 자신의 장래를 설계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한국에서는 아직 부동산 전문인력을 위한 일자리가 많지 않기 때문에 이후 ‘시장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MRED 과정〓아직 한국에는 개설된 대학이 없어 미국 유학을 떠나야 한다. 로스앤젤레스의 캘리포니아대(USC), 펜실베이니아주의 펜실베이니아대, 캘리포니아주의 UC버클리 등 3개 학교가 유명하다. 하버드, MIT 등에도 코스가 개설돼 있다.

대부분 2년짜리 석사과정이며 팀이나 개인이 프로젝트를 맡아 연구결과를 발표하는 방식의 수업이 많다. 도시계획학 경제학 건축학 디자인 등 관련 과목을 한국의 학부에서 미리 들어두면 학점을 인정받을 수 있다.

캘리포니아대 기준으로 48학점을 이수해야 졸업할 수 있다. 학점당 학비가 800달러 정도로 의대, 법대 다음으로 비싼 수준이다. 책값과 재료비 등을 포함하면 생활비를 빼고도 2년 동안 10만달러 정도가 든다.

▽CCIM 자격증〓지난해까지 1단계부터 5단계의 시험을 볼 때마다 매번 미국을 방문해야 했다. 하지만 최근 한국에 CCIM 지부가 생기면서 1단계부터 4단계까지의 시험을 국내에서 치를 수 있게 됐으며 1년에 2번씩 개최되는 최종시험 때만 미국을 방문하면 된다.

5단계까지 시험을 볼 때마다 750달러씩 수험료를 내야 하며 미국의 시험장은 CCIM총회가 열리는 도시로 매번 바뀐다. 경기대와 삼일회계법인이 수시로 관련 강좌를 개설한다. 02-3413-06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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