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3·4분기(7∼9월)에 분기별로는 처음으로 1000억달러를 넘어선 적자규모가 올 2·4분기(4∼6월) 1124억달러, 3·4분기 1299억달러로 연이어 사상최대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미국은 여전히 태연합니다. 한국이라면 난리가 났을 텐데…. 도대체 왜 미국은 엄청난 무역적자를 내도 괜찮을까요.
-국제수지란 무엇입니까?
외국에서 들어온 돈(①)과 빠져나간 돈(②)의 차이를 말합니다. ①이 ②보다 크면 국제수지는 흑자이고, ②가 크면 적자입니다. 국제수지는 어떤 이유로 돈이 드나들었느냐에 따라서 여러 가지로 나뉩니다. 반도체나 영화 판권 수출처럼 무역을 통해 오간 돈의 양을 따지는 게 무역수지, 여기에 해외여행이나 로열티 등으로 주고받은 돈의 양을 합치면 경상수지가 됩니다. 자본수지는 외국에 투자하거나 외국에서 빌려온 금액을 비교할 때 쓰는 말입니다.
-그렇다면 국제수지는 흑자가 돼야 좋은 거겠네요?
꼭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국제수지가 적자이면 돈이 외국으로 빠져나갔다는 말이니까 좋을 게 없습니다. 흑자가 되면 나라 재산이 불어나 좋기는 합니다. 하지만 시중에 돈이 넘치면 물가가 오르는 부작용이 있습니다. 그래서 70∼80년대처럼 수출품 생산에 필요한 설비를 사들이기 위해 외국 돈이 많이 필요한 때는 국제수지 흑자가 좋지만, 경제가 성숙해서 물가 걱정을 하는 사람이 많아지면 국제수지는 균형(수치로는 0)에 가까울수록 좋습니다.
-어떻게 하면 국제수지 적자를 줄일 수 있나요?
좋은 물건을 많이 만들어 수출을 많이 하면 됩니다. 해외여행을 알뜰히 해도 보탬이 됩니다. 환율을 올려서 해결할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1유로에 1달러 하던 환율을 1유로에 1.25달러(1달러에 0.8유로)로 바꾸면 미국 제품이 유럽에서 더 잘 팔립니다. 왜냐하면 유럽시장에서 1만유로(미국에서도 1만달러) 하던 포드 승용차 값이 8000유로(미국에선 여전히 1만달러)로 떨어지기 때문이지요.
-미국도 환율을 올리면 되겠네요?
그런데 미국은 환율을 안 올리려고 합니다. 여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첫째, 필요성을 안 느낍니다. 한국은 수출을 많이 해서 달러를 쌓아두지 않으면 필요한 생산설비를 수입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미국은 ‘기축통화’(세계적으로 통용되는 돈)인 달러를 마음대로 찍어낼 수 있기 때문에 국제수지 적자를 견딜 수 있습니다.
둘째, ‘세계에서 가장 힘센 나라인데, 환율을 올려 미국 달러의 값어치를 낮추는 것은 자존심이 상한다’는 겁니다.
셋째, 환율을 올리면 여러 가지 혼란이 생긴다고 우려합니다. 예컨대 환율을 올리면 프랑스의 한 은행에서 10억유로를 빌린 미국 기업의 빚 부담은 10억달러에서 12억5000만달러로 커집니다.
-그럼 미국이 계속 국제수지 적자를 유지할 수 있을까요?
아닙니다. 아무리 힘 센 미국이지만 심하면 탈이 나는 법입니다. 물론 지금은 미국의 국제수지 적자에 대해 어떤 나라도 뭐라 얘기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대부분이 미국에 수출해서 먹고 살고 있기 때문이죠. 전 세계에서 만들어내는 물건의 40%를 미국 소비자가 사주고 있거든요. 하지만 이런 불균형 상태가 오래갈 수는 없습니다. 다른 나라에 미국 달러가 넘쳐나면 결국 달러 값이 크게 떨어져 엄청난 혼란을 가져올 테니까요.
이철용기자 lc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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