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신약개발’ 요주의!

  • 입력 2002년 10월 1일 18시 05분



지난달 초 증시를 뜨겁게 달궜던 ‘신약개발 테마주’가 급락세로 돌아섰다. 불과 보름전 항암 치료제나 비만 쥐를 개발했다며 기세를 올리던 이들의 주가가 모조리 하락하고 있는 것.

실제 제약회사들이 개발에 나섰다며 홍보하는 신약은 전문가들조차 상용화에 성공할 수 있을지 가늠하기 어려운 것들이 많다. 무작정 장밋빛 발표만 믿고 투자에 나섰다가 낭패를 보기 십상이라는 지적.

▽위험한 신약 테마〓신약을 개발할 때 사용하는 ‘비만 쥐’ 개발설을 재료로 지난달 중순 4830원까지 치솟았던 대한바이오링크 주가는 1일 현재 3150원. 자체 개발한 각막이식재 실험 성공을 재료로 4410원까지 올랐던 바이오랜드 주가도 3300원대로 하락했다.

9월초 항암제 전임상 실험에 착수했다는 소식을 바탕으로 7일 연속 상한가의 기세를 올렸던 인바이오넷은 3200원까지 올랐던 주가가 최근 다시 1700원선으로 돌아왔다.

이런 주가 급락은 사실 오래 전부터 예상됐던 일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들 기업의 공시 대부분이 “신약 개발 성공으로 회사 실적이 좋아진다”는 내용이 아니라 “실험을 해보니 우리가 개발하는 신약이 효과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애매한 수준에 불과하기 때문.

공시 직후에는 투자자들의 들뜬 마음 덕에 주가가 반짝 오르지만 막상 기업 실적은 좋아지지 않는다. 시간이 지나면서 주가가 원래 자리로 되돌아오는 것은 당연한 일.

▽투자포인트〓삼성증권 임돌이 애널리스트는 “한국 제약회사 가운데 신약 개발을 통해 실적이 좋아진 기업은 지금까지 하나도 없었다”고 지적했다.

그만큼 신약 개발이 어렵고 설혹 개발에 성공하더라도 상용화해 돈을 벌기까지 과정이 길고 힘들다는 것.

동물 실험으로 효과를 입증했다는 ‘전임상 실험’ 공시나 개발 초기단계에 발표하는 ‘신약 특허출원’ 공시는 아직 아무것도 이뤄진 게 없다는 뜻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적어도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임상실험 단계에 들어갔거나 △해외에서 임상실험을 병행했거나 △다국적 제약회사와 기술이전 계약을 하는 등 해외시장 개척의 가능성이 보여야 신약 개발이 주가 상승의 재료가 될 수 있다는 지적.

대우증권 임진균 애널리스트는 “신약은 개발되면 좋고 안 되도 상관없는 ‘덤’ 정도로 생각해야 한다”며 “제약회사에 투자할 때는 신약 개발과 무관하게 실적이 좋아질 기업에 투자하는 게 정석”이라고 지적했다.

이완배기자 roryre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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