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후보는 이날 경실련이 개최한 경제정책 토론회에서 “10년간 연 6% 성장을 유지해 한국을 1인당 국민소득이 2만5000달러인 ‘10대 강국’으로 만들겠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10대 실천 정책으로 △지방경제 살리기 △중소기업하기 좋은 나라 △인재강국 만들기 등을 제시했다.
그러나 이 후보는 민주당 노무현(盧武鉉) 대통령후보가 전날 공약한 ‘행정수도 중부권 이전’은 반대한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신(新)수도를 위한 인구 50만∼70만명 규모의 신도시를 짓는 데 40조원가량 소요된다는 것이 이유다. 그는 “수도 이전은 통일이 이뤄질 때쯤 결정할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국을 작지만 강한 나라로 만들기 위해 ‘교육 및 과학기술 투자’를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고 밝혔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5% 수준인 교육예산을 7%로 끌어올리고 연구개발 투자비중도 GDP 대비 3% 이상으로 올린다는 계획도 공개됐다.
이 후보는 또 “중소기업의 고질적 인력난 해소를 위해 중장기적으로 외국인 고용허가제를 도입하겠지만, 인건비 상승 또는 노사문제 등을 고려해 완충장치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재벌기업 가운데 경쟁력 있는 기업은 지원하지만, 경쟁력이 없는 곳이라면 시장원칙에 따라 가차없이 퇴출시키는 구조조정의 원칙도 지켜나가겠다”고 말했다.
대기업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집단소송제 도입에 대해서는 “집단소송제가 당장 시행된다면 국내 기업 가운데 (거액의 배상액 지불 때문에) 적지 않은 기업이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다”며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견해를 밝혔다.
▼이후보-패널 숫자 설전▼
“대통령이 되려는 사람이 지엽적인 숫자를 어떻게 다 기억합니까.”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대통령후보가 1일 경실련 정책토론회에서 ‘숫자’를 제시하며 답변할 것을 주문한 권영준(權泳俊·경희대 교수) 경실련 정책협의회 의장과 설전(舌戰)을 벌였다.
권 교수는 이날 “향후 10년간 연 6% 경제성장이라는 ‘장밋빛 공약’을 내놓았는데, 물가는 얼마나 오르겠느냐”고 따져 물었다. 이 후보는 “물가는 오르락내리락하기도 하고…”라며 즉답을 피하다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권 의장은 이어 “주택 구입능력이 없는 저소득층 수를 아느냐”고 다시 숫자에 관한 질문을 던졌다. 이에 이 후보는 “대통령이 되려고 하는 사람인데 구체적인 숫자를 다 기억할 수는 없다. 필요하면 경제특보에게 언제든지 물을 수 있다”고 응수했다.
권 의장이 “숫자를 묻는 데 성실히 답변하지 않고 있다. 재벌의 도덕성을 100점 만점으로 평가해 달라”고 거듭 추궁성 질문을 하자 이 후보는 “또 숫자로 물어보시네요”라며 “(재벌의 도덕성은) 많이 나아졌다”고 역시 우회적으로 답변했다.
토론회를 마친 뒤 기자들이 이 후보의 토론점수를 100점 만점으로 매겨달라고 요청하자 권 교수는 난처한 표정을 짓다가 “학점으로 치면 B-에서 B0 수준”이라며 숫자 대신 ‘문자’로 답했다.
김승련기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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