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의원은 “민주당이나 한나라당 쪽에서 제휴 요청 같은 얘기가 있느냐”는 질문에 “(나에게) 이념적으로 좌우가 분명해야 하지 않느냐고 하는데, 우리나라에서 진보와 보수는 국민을 편가르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했다. 미리 진보니, 보수니 가를 필요가 없다”고 엉뚱한 답변을 했다.
정 의원은 또 “재벌 2세가 아니었으면 최고경영자(CEO)가 될 수 있었겠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국회의원을 15년째 하고 있는 데, 국회의원을 그만 두면 국회의원을 절대로 욕하지 않겠다”고 전혀 방향이 다른 답변을 해 폭소를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현대중공업 주식을 증여받았을 때 세금을 얼마나 냈느냐”는 질문에 그는 “학교 다닐 때 수학공부를 못해서 그런지 잘 기억하지 못한다”며 피해가려 했다. 그러나 곧바로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했고, 석사 박사까지 했는데 숫자에 약하다는 게 말이 되느냐”는 추궁이 이어지자 “학교 다닐 때에 경제학은 좋은 학문이지만 재미있는 학문은 아니라고 생각했다”고 둘러대기도 했다.
급기야 한 패널리스트가 “시중에 정 의원의 답변 태도와 관련한 ‘허무 개그’가 퍼져 있는 것을 알고 있느냐”고 꼬집자 정 의원은 “KBS 토론에서 사회자가 그 말을 해주어 처음 들었는데, 나쁜 얘기만 골라서 단정적으로 하는 것은 심하다고 생각한다”며 수긍하지 않았다.
이날 정 의원은 일부 질문에 대해서는 “불공정한 질문이다”고 강력하게 항변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특히 토론 초반 현대그룹에 대한 질문이 쏟아지자 정 의원은 “어느 특정회사의 대변인으로 이 자리에 나온 게 아니다”고 반박했다. 또 97년 대선 때 “현대가 김대중(金大中) 후보에게 1500억원을 제공했다는 설이 있다”는 질문에 대해선 “요즘 당신이 부인을 때린다는데라고 질문하면 듣는 사람은 부인을 가끔 때리는 사람으로 여기게 된다. 그런 질문은 공평하지 않다”고 일축했다.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