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팀에서 한솥밥을 먹던 후배와의 일전을 앞두고 여유를 보인 언니가 마침내 금메달의 꿈을 이뤘다.
1일 강서체육관에서 열린 펜싱 여자 에페에서 우승한 ‘스마일 검객’ 김희정(27·충청남도 계룡출장소). 리나(중국)와의 준결승에서 경기 종료 10초 전 4-6까지 뒤져 패색이 짙었지만 내리 2점을 따내며 6-6 동점으로 승부를 연장으로 몰고 가더니 끝내 7-6 승리를 이끌었다. 거친 숨을 몰아쉬며 경기장을 빠져나오는 그녀에게 먼저 결승에 올라 있던 ‘주부 검사’ 현희(26·경기도체육회)가 다가와 물병을 건넸다. 얼마 후 하나밖에 없는 금메달을 다툴 처지였지만 태극 자매의 우애는 뜨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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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펜싱 두번째 금메달 이승원 프로필 |
결승에서는 경기를 거듭할수록 절정의 컨디션을 보인 김희정이 발놀림이 무거운 현희를 15-14로 눌렀다. 승부가 가려진 뒤 김희정과 현희는 뜨거운 포옹을 나누며 우정의 대결을 마감했다.
칼끝이 부딪치는 짜릿한 느낌을 즐긴다는 김희정은 “무릎이 아픈 현희를 꺾어 마음이 아프다. 언니를 밀어준 것 같다”며 “단체전에서는 함께 시상대 꼭대기에 서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중학교 2학년 때 검을 잡은 김희정은 93년 처음 대표팀에 뽑혔으며 95년 세계청소년대회 우승에 이어 99년 유니버시아드대회 때는 동메달을 딴 이 종목 간판스타. 98년 방콕대회 때 대표팀에서 탈락된 아픈 기억도 말끔히 씻어냈다.
올 8월 세계선수권대회에서 한국 펜싱 사상 첫 우승을 달성했던 현희는 주위의 지나친 기대에 따른 부담감과 부상에 시달렸으나 같은 펜싱 선수인 남편 정순조의 응원 속에 은메달을 목에 걸어 박수를 받았다.
이들이 준결승에서 나란히 중국 선수를 꺾으며 금, 은메달을 휩쓴 데는 이상기 코치(익산시청)의 작전도 주효했다. 유리한 대진을 위해 현희가 예선에서 일부러 한 경기를 지면서 결선을 4위로 올라간 것.
한편 앞서 벌어진 남자 사브르 결승에서 이승원(23·화성시청)은 자신보다 14㎝ 큰 중국의 왕징지를 15-8로 누르고 금메달을 차지하는 또 다른 쾌거를 이뤘다. 한국체대 3학년 때인 2000년 간염으로 1년 가까이 운동을 중단했던 이승원은 요즘도 무리한 운동을 하면 쉽게 지치는 어려움을 극복하며 아시아 정상에 올랐다. 또 김두홍(동양시멘트)은 동메달을 보탰다.
이로써 펜싱은 이날까지 금 3, 은 4, 동 2개를 수확하며 효자종목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부산〓김종석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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