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대기업들이 대대적으로 해외 인재 확보에 나선 데다 외환위기 이후 연봉, 인사체계가 국제화되고 해외 취업 여건이 나빠짐에 따라 한국 기업에 취업하기를 희망하는 유학생 및 교포가 크게 늘고 있는 것.
올 들어 해외에 네 차례 리크루팅을 다녀온 LG전자 인사담당 박진관 부장은 “MIT 하버드 프린스턴 등 명문대학에서 채용 설명회를 하면 지난해에 비해 두 배 이상의 한국 유학생과 교포들이 몰린다”고 3일 전했다.
박 부장은 해외 인재들이 귀국하는 이유로 △기업들이 글로벌화되면서 해외 인력들이 불편 없이 일할 수 있는 문화가 조성됐고 △고급 인력에 합당한 연봉·인사 등 보상체계가 갖춰졌으며 △미국 등 선진국들의 경기가 나빠 채용 규모가 대폭 준 것을 들었다.
미국 남캘리포니아대에서 산업공학 박사학위를 받고 8월 LG전자에 입사한 권홍규 선임연구원은 “미국 기업에 근무하고 싶었는데 9·11테러 이후 유색인종에 대한 신원조회가 강화되고 영주권이 없으면 취업하기가 까다로웠다”고 말했다.
대기업들이 앞다퉈 해외 인재 확보에 나서고 있는 것도 큰 이유다.
삼성그룹은 해외에 국제채용담당관을 상주시키고 사장들이 직접 핵심인재 채용에 나서고 있다. LG 역시 화학 전자 카드 등 6개사가 연합, ‘해외 우수인력 유치단’을 구성해 미국 러시아 인도 등에서 채용 설명회를 열고 있다. 포스코는 해외인력 채용을 지난해 36명에서 올해 70여명으로 늘리고, 현대자동차그룹도 100∼200명을 뽑겠다고 밝혔다.
분야도 이공계는 물론 금융 경영 마케팅 등으로 다양해졌다.
SK그룹은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찾기 위해 선진 경영기법을 배운 해외 MBA 출신 채용을 늘리고 있으며, 증권사와 보험사들도 금융시장의 국제화 추세에 따라 해외 인재 채용을 늘리고 있다.
미국 교포 1.5세대로 삼성생명에 입사한 정보전략팀 이병근 상무(38)는 “예전엔 한국에 몇 년 근무하면 다시는 선진국에 돌아갈 수 없다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한국 대기업에서 일해도 국제감각을 잃지 않을 뿐더러 다양한 기회가 많아졌다”고 말했다.
헤드헌팅업체 IBK컨설팅의 김한석 사장은 “최근 미국 유럽의 교포 2세들 사이에 ‘한국어 배우기 열풍’이 불고 있다”면서 “해외 고급인력의 유턴이 앞으로도 몇 년간 계속될 것 같다”고 말했다.
신연수기자 yssh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