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지원설이 ‘설(說)’로 끝나더라도 최소한 그룹 계열사간 부당 내부거래 의혹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는 분석이 대세다. MH는 당시 그룹 경영을 진두지휘했다.
MH는 2000년 초 형 정몽구(鄭夢九) 현대자동차 회장과 벌인 ‘왕자의 난’ 이후 2년동안 칩거하다 올 3월 현대상선 비상임이사로 선임돼 대외활동을 재개했다. 8월엔 현대상선 구조조정의 뼈대를 이룰 수출자동차 운반사업 부문 매각에 성공하면서 경영권 복귀 가능성이 한층 커졌다.
동생인 정몽준(鄭夢準) 의원의 대선출마로 ‘경영권 복귀에 먹구름이 끼는가’라는 우려가 일었지만 현대상선 경영진에 측근들을 배치하면서 MH의 경영권 복귀를 ‘시간문제’로 여기는 시각까지 생겨났다.
그러나 대북지원설의 파문이 쉽게 수그러들지 않고 오히려 철저한 조사를 바라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MH 복귀는 당분간 기대하기 어려워진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이 대북 자금지원이 이뤄졌다고 주장한 2000년 6월 현대상선과 건설 등의 유동성위기를 MH가 헤쳐갔기 때문에 이제는 의혹의 실체를 규명할 수 있는 핵심 인물로 떠올랐다.
더욱이 현대상선과 함께 대북지원의 연결고리로 지목된 산업은행 역시 MH의 경영권 복귀에 부정적으로 돌아설 것이 확실하다.
한편 지난달 19일 현대아산의 대북사업외자유치를 위해 미국을 방문한 정 회장은 현재 연락이 두절된 상태며 9일로 예정된 귀국 일정도 불투명하다.
박래정기자 eco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