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뭘 하자는 국회인가

  • 입력 2002년 10월 3일 18시 18분


국회 스스로 국회의 존재 가치를 부인하는 어처구니없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7∼9일 열릴 예정이던 공적자금 국정조사 청문회가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힘겨루기 끝에 무산된 것이나, 정보위가 6개월째 헛돌면서 국정감사도 못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 그에 해당한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모두 공자금 국조 운영과 정보위 가동문제를 대선전략과 연계해 다룸으로써 국회를 정책 경쟁의 장(場)이 아닌 대선 싸움터로 변질시켰다.

공자금 국조는 156조원의 천문학적 자금이 적절한 판단에 따라 꼭 필요한 곳에 투입됐는지, 부당한 권력개입과 특혜는 없었는지를 철저히 따져야 한다는 국민적 요구에 따라 추진되어온 사항이었다. 책임을 규명하고 합리적 상환방법을 모색하자는 것이 공자금 국조의 목적이었다. 그런데도 양당은 자료 제출과 증인 채택 등을 둘러싸고 정쟁만 벌이다 결국 핵심인 청문회도 못 연 겉껍데기 국조로 만들었으니 국민을 배신한 행위라고 아니할 수 없다.

반년간 전체회의 한번 열지 않은 정보위도 비난받아 마땅하다. 정보위는 국정원 예산 결산심사를 비롯해 파헤치고 따져야 할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더욱이 급변하는 한반도 상황에 대해 국회 차원에서 살피고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데 손을 놓고 있는 것은 국정 포기이자 직무 유기이다. 민주당은 겉으론 홍준표(洪準杓) 의원의 정보위원 자격을 문제삼고 있지만 사실은 각종 권력비리에 개입한 의혹의 국정원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한나라당도 대선을 앞두고 국정원을 길들이려는 의도가 작용하고 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공자금 국조는 물건너갔지만 비리의혹은 결코 덮어질 수 없다. 공자금 부실화에 따른 여러 문제점을 철저하고 엄정하게 되짚어볼 기회를 반드시 가져야 한다. 정보위 가동도 서둘러야 한다. 국회 국정조사나 감사, 상임위 활동은 국민이 의원들에게 위임한 책무다. 이를 게을리하는 것은 국민에 대한 도전이고 국회의 권위를 스스로 무너뜨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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