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 말기의 총리는 ‘비상총리’이자 ‘마무리 총리’라는 점에서 정권 초·중기의 총리보다도 오히려 책임과 의무가 막중하다. 정파적 이해가 가장 첨예하게 대립하는 과도기 상황에서 대통령이나 청와대가 정파성을 완전히 벗어버릴 수 없는 한 결국 총리가 내각의 정치적 중립과 공직사회의 기강을 유지하는 중심축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김 총리 인준안이 현 정권 들어 가장 높은 찬성률로 통과된 것도 그러한 기대에서 기인했을 것이다.
김 총리는 결코 ‘의전총리’나 ‘대독총리’로 머물러서는 안된다. 보다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우선 할 일과 안할 일, 바로 할 일과 나중에 할 일을 명확히 가려 국정의 비효율과 낭비를 막아야 한다. 즉 얼마 안 있으면 물러날 사람들이 무리하게 추진하는 일에는 소신있게 제동을 걸고 공직사회의 무사안일이나 보신주의에는 가차없이 채찍을 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것이 안정적인 국정 마무리를 위한 첫 걸음이다.
김 총리는 이와 함께 대선을 공정하게 관리해 정권 인수인계 과정에서의 혼란과 부작용, 갈등과 마찰을 최소화해야 한다. 대선을 치르는 과정에서 과거와 같이 관권 개입이 조금이라도 논란이 된다면 김 총리는 결국 ‘실패한 총리’로 기록될 수밖에 없다.
국정의 안정적 마무리와 대선 공정관리를 위해서는 김대중 대통령도 김 총리에게 최대한 재량권을 부여해야 한다. 김 대통령이 마지막까지 대통령비서실 중심으로 국정의 모든 분야를 틀어쥐고 전권을 행사하는 것은 김 대통령에게도 좋지 않은 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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