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6월 대출 당시 주요인사와 2000년8월 개각내용 | |||
2000년 6월 | 2000년 8월 | ||
내각 경제팀 | 재경부 장관 | 이헌재 | 진념 |
재경부 차관 | 엄낙용 | 이정재 | |
기획예산처장관 | 진념 | 전윤철 | |
공정거래위원장 | 전윤철 | 이남기 | |
금감위원장 | 이용근 | 이근영 | |
청와대 | 비서실장 | 한광옥 | 한광옥 |
경제수석 | 이기호 | 이기호 | |
산업은행 | 총재 | 이근영 | 엄낙용 |
관리본부장 | 박상배 | 박상배 | |
문화부 | 장관 | 박지원 | 박지원 |
2000년 6월 산업은행이 현대상선에 4900억원을 대출하는 과정에서 석연치 않은 것 가운데 하나는 ‘내각 경제팀’의 핵심부처인 재정경제부 고위간부들이 이를 몰랐다는 점이다. 통상 국책은행의 대출은 소규모라 하더라도 재경부와 사전보고 및 협의를 거친다는 점에서 극히 이례적이다.
이 대출과 관련해 현재까지 거명된 주요 인사들은 당시 직책 기준으로 △청와대의 한광옥(韓光玉) 대통령비서실장과 이기호(李起浩)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 △산은의 이근영(李瑾榮) 총재와 박상배(朴相培) 관리본부장 △박지원(朴智元) 문화관광부장관 △김보현(金保鉉) 국가정보원 3차장 등이다.
이는 현대상선에 대한 대출이 경제논리보다는 다른 이유에 의해 이뤄졌을 가능성을 내비치는 대목이다. 누가 대출을 주도했는지에 따라 돈의 사용처가 달라지고 이번 의혹의 성격을 짐작할 수 있는 단서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재경부 고위간부들도 몰랐다〓최근 밝혀진 여러 증언을 종합하면 재경부는 2000년 6월 산은의 현대상선 대출 논의에서 사실상 소외됐다.
당시 재경부차관인 엄낙용(嚴洛鎔)씨는 같은 해 8월 산은 총재로 옮겨간 뒤에야 이를 알고 당황해 이 경제수석비서관과 김 3차장에게 상의했다.
이근경(李根京·현 금융통화위원) 당시 재경부 차관보도 6일 “당시 산은에서 현대상선에 대출하는 자체를 몰랐고 산은으로부터도 보고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재경부차관과 차관보가 산은에서 돈이 나간 사실 자체를 몰랐다는 것은 정상적으로는 설명이 안 된다. 더구나 대출액이 무려 5000억원에 가까운 거액이고 현대는 당시 경제정책의 가장 주요한 현안인 구조조정의 한 복판에 서 있던 그룹이었다.
▽커지는 정권 실세(實勢)개입 의혹〓엄씨가 4일 국정감사 증언에서 “2000년 8월 이근영 금감위원장이 ‘한 대통령비서실장의 전화가 와서 (현대상선 대출을) 나로서도 어쩔 수 없었다’고 말했다”고 폭로한 것은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엄씨의 증언이 위증이 아니라면 대출 결정의 중심에 청와대 등 권력핵심부가 있었다는 뜻이다.
이 대출을 실무적으로 주도했던 박상배 산은 본부장(현 산은 부총재)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현 정부 출범 후 급부상한 그는 이기호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의 고교(광주일고) 및 대학(서울대 상대) 동기동창. 당시 ‘이사’에 불과했으나 현 정권 실세들과 친분이 깊어 총재도 함부로 못했다는 후문이다.
▽2000년 6월과 8월의 ‘경제팀’ 멤버들〓 현대상선 대출시점인 2000년 6월과 청와대 대책회의가 열렸던 같은 해 8월의 경제팀과 산은 멤버에는 일부 차이가 있다. 2000년 8월7일 개각이 있었기 때문이다.
2000년 6월 당시 내각의 경제팀에는 이헌재(李憲宰) 재경부 장관, 진념(陳稔) 기획예산처 장관, 이용근(李容根) 금감위원장, 전윤철(田允喆) 공정거래위원장이 포진해 있었다. 또 재경부차관은 ‘한 비서실장 지시설’을 폭로한 엄씨였다.
2000년 8월7일 개각으로 진념씨가 재경부장관으로 옮겨갔다. 또 전윤철씨가 예산처장관, 이남기(李南基)씨가 공정거래위원장을 각각 맡았다. 이근영씨가 금감위원장으로 영전하면서 후임 산은 총재에 엄씨가 임명됐다. 다만 한광옥씨와 이기호씨는 두 시점 모두 대통령비서실장과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을 맡고 있었다.
김광현기자 kkh@donga.com
천광암기자 i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