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충남]공주 영평사 주지 환성스님 ‘세시풍속 전령사’

  • 입력 2002년 10월 6일 20시 54분


“혹시 중양절(重陽節)을 아시나요?”

충남 공주시 장기면 산학리 대한불교 조계종 영평사 주지 환성(幻惺·54) 스님은 사라져가는 세시풍속의 전령사이다.

이 사찰이 세운 공주시청소년자원봉사센터와 함께 매년 지역 청소년과 신도들을 초청해 설(음력 1월1일)과 삼짇날(〃3월3일), 단오(〃5월5일), 칠석(〃7월7일), 중양절(〃9월9일) 등의 세시풍속을 재현하고 알리는 데 앞장서고 있다.

특히 서양의 추수감사절에 해당하는 중요한 세시풍속이지만 지금은 거의 잊혀진 중양절(올해는 10월14일)에는 이와 관련한 축제를 연다.

우리 조상들은 가을걷이가 끝날 무렵, 양수(陽數) 가운데 가장 큰 ‘9’자가 겹치는 날인 중양절을 상서롭게 여겨 구절초(일명 들국화)로 전(煎)과 차(茶) 술 등을 만들어 먹고 함께 새끼를 꼬면서 농번기를 준비한 것으로 전해진다.

환성 스님의 중양절 맥잇기는 ‘구절초 꽃 축제’를 통해 이뤄지고 있는데 이는 사실상 이 사찰에서만 가능하다.

구절초는 환성 스님이 10여년 전부터 꾸준히 심어와 9월 말이 되면 하얀 눈이 내린 듯 영평사 일대를 뒤덮고 있지만 공해에 약해 일반 산야에서는 대부분 사라졌다.

중양절을 앞두고 1주일 동안 계속되는 이 축제의 첫날인 5일에는 다도 (茶道) 배우기, 국악인 초청 명창 등이 열렸으며 13일 본 행사에서는 새끼꼬기와 화전(花煎) 부치기 대회 등이 열린다.

행사기간 내내 구절초를 주제로 한 사진 도자기 붓글씨 전시회가 열리며 방문객에게는 구절초 차와 국수 등이 무료로 제공된다. 또 사찰을 방문하면 이달 한달간 구절초 꽃을 감상할 수 있다.

환성 스님은 “산사에 흐드러진 구절초 꽃을 혼자 보기 아까워 축제를 마련했다”며 “중양절의 의미를 배우고 구절초 차도 마시며 가을을 만끽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공주〓지명훈기자 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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