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은 모두 이뤄졌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주가는 추락한다.
2000년 이후 올해까지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올해의 유망 테마’로 꼽혔던 전자화폐 종목 이야기다.
이 테마는 구제역이 돌면 참치회사와 닭고기회사 주가가 뛰는 식의 수준 낮은 테마가 아니다.
투자자들은 전자화폐의 꿈이 곧 실현되고 기업 실적도 좋아질 것이라고 믿었다. 그러나 꿈은 이뤄졌지만 주가는 추락했다. 전문가들은 ‘미래의 꿈’을 현실의 주가로 연결시킬 때는 그만큼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가장 유망했던 테마〓‘또 하나의 밀레니엄 테마-IC 카드 방식의 개방형 전자화폐’(LG투자증권, 2000년 5월9일) ‘전자화폐, 서비스 본격화로 고성장 기대’(KGI증권, 2001년 10월11일) ‘2002년 주요 예상 테마-전자화폐’(대신증권 2001년 12월27일)
봇물처럼 쏟아졌던 전자화폐 관련 각 증권사의 보고서 제목처럼 전자화폐는 매년 가장 유망한 테마 가운데 하나였다.
그러나 관련 업체 주가는 추락을 거듭했다. 선두주자인 씨엔씨엔터는 올해 한때 2만8000원까지 올랐지만 최근 4000원대까지 추락했고 6만원에 육박하던 케이비티 주가는 최근 1만4000원선으로 주저앉았다.
▽꿈은 이뤄졌지만〓실제 꿈이 이뤄지지 않은 다른 정보기술(IT) 테마와 달리 전자화폐 테마는 많은 꿈이 현실로 이뤄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수많은 사람이 후불식 교통카드(신용카드로 지하철 요금을 결제하는 전자화폐)와 스마트카드 등 전자화폐를 사용한다. 주요 업체들도 실적을 올린다. 후불식 교통카드 특허를 갖고 있는 씨엔씨엔터는 특허를 유럽에 수출까지 할 예정.
진입장벽도 높은 편이다. 굿모닝신한증권 오재원 애널리스트는 “수백개 군소업체가 난립한 다른 IT 업종과 달리 전자화폐는 선두업체가 한번 단말기 네트워크를 구축하면 후발 주자들이 경쟁하기가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주가는 모두 올해 최고점 대비 5분의 1로 토막이 났다. 원인이 뭘까.
애초부터 ‘미래의 꿈’의 가치를 너무 높게 쳐줬기 때문이다. 막상 좋아질 실적은 10점인데 테마를 만드는 사람들이 “이 테마는 곧 실현된다” “실적에 영향을 주는 좋은 테마다”는 식으로 부풀려 주가에는 50점, 100점만큼 반영됐다.
대학투자저널 최준철 발행인은 “꿈에 근거한 테마는 유행할 때의 들뜬 기분과 달리 막상 꿈이 실현되더라도 성과가 기대에 못 미치는 경우가 많다”며 “‘불확실한 꿈’의 가치를 너무 높게 쳐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이완배기자 roryre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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