룰라 후보는 가난한 이민자의 아들로 태어나 정규 교육도 받지 않고 공장 노동자로 일하다 노동운동에 뛰어들어 1964∼85년 반독재투쟁을 벌였다.
노동자당 역시 브라질 군부 독재의 산물이었다. 브라질 등 남미의 좌파정당이 소련 등의 후원을 받았던 것과 달리 노동자당은 순수하게 노동운동가, 가톨릭 ‘기초 공동체’의 풀뿌리 운동가, 지식인들이 모여 군부에 저항하는 과정에서 당을 구성했다.
노동자당은 정치인이 아닌 노동자들이 주축이 됐다는 점에서 새로웠고 투쟁과정에서 보여준 룰라 후보 등의 지도력도 탁월했다. 사상도 마르크시즘이 아닌 급진적 민주주의를 채택했다. 빈부격차가 극심한 브라질에서 사회정의를 실현시키자는 주장은 이념이라기보다는 현실적 대안으로 받아들여졌다.
따라서 룰라 후보가 이끄는 노동자당은 좌파이면서도 민주주의를 실현시켰다고 해석되고 있다. 남미 국가에서 민주주의는 극소수 부유층만의 소유물이었기 때문이다.
중산층의 외면으로 실패했던 지난 3번의 시도와 달리 룰라 후보는 급격한 경제정책의 변화를 지양하겠다고 밝히는 등 브라질 전체를 포용하기 위한 자세로 집권 가능성을 높였다.
그러나 빈곤 해결을 위해 현 정부의 신자유주의 정책 기조는 상당 부분 수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동시에 대외적으로는 브라질이 안정적 투자국가라는 인식을 유지시켜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룰라 후보는 2차 투표를 통해 집권에 성공할 경우 “브라질의 안정과 변화를 함께 이뤄야 하는 과업에 직면할 것”이라고 이코노미스트는 덧붙였다.
박혜윤기자 parkhy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