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철용少將 비망록 공개

  • 입력 2002년 10월 7일 18시 49분


7일부터 시작된 국방부의 ‘서해교전 사전징후 묵살의혹’ 특별조사는 그 결과에 따라 군 안팎에 가늠하기 어려운 파문을 불러일으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북한통신감청부대인 5679부대 전 부대장 한철용(韓哲鏞) 소장의 동아일보 인터뷰(6일)에 의해 군 수뇌부가 교전 직전 두 차례나 북한군의 도발을 예측할 수 있는 교신감청보고를 묵살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데 이어 7일엔 한 소장이 작성한 당시 비망록까지 공개돼 ‘묵살 파문’은 일파만파를 일으키고 있다.

▽한 소장의 비망록과 보고누락 공방〓한 소장의 비망록에 따르면 군 핵심정보기관인 국방부정보본부는 교전 발발 5일 뒤인 7월4일 열린 한미합동회의에서도 ‘교전은 경비정의 우발적 단독범행’이라고 주장했다. 이는 ‘상부지시에 따른 계획적인 선제기습공격’이라고 주장한 5679부대와 미군의 판단은 물론 교전 직후 발표된 국방부의 공식입장과도 정면으로 배치된다.

한 소장은 비망록에서 또 “정보본부가 어느 특정집단의 대변자인 것처럼 경비정의 우발적인 단독범행이라고 거듭 밝혀 이에 맞서 추가적인 자료 2건을 갖고 정보본부의 주장을 반박했다”고 적고 있다. 그러자 권영재(權寧載) 정보본부장이 갑자기 화를 내며 “(추가자료 2건의) 정보지원 미흡으로 조사하겠다”고 했다는 것이다.

한 소장은 이어 “정보본부장이 나와 생각이 같았던 미군 드프레이터스 준장의 주장까지 외면한 채 정보본부 입장을 밀어붙이려고 해 중간에 제동을 걸었더니 또 버럭 화를 냈다”고 전했다.

교전 이후 실시된 국군기무사의 조사 결과 한 소장은 권 정보본부장이 ‘정보지원 미흡’의 증거라고 주장한 문제의 ‘추가자료 2건’으로 결국 징계를 받게 된다. ‘북한군 도발징후에 관한 보고를 누락했다’는 이유였다. 한 소장은 이에 대해 “기무사가 문제삼은 자료는 5679부대가 교전 직전인 13, 27일 두 차례에 걸쳐 보고한 북한군 교신 감청 내용보다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고 반박하고 있다.

한편 합동참모본부 관계자는 한 소장의 비망록에 대해 “교전 후 정보본부도 국방부 공식입장과 같이 북한군의 계획된 의도적 도발로 평가했으며 한 소장의 비망록 내용은 사실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결정적 첩보’의 실체는?〓한 소장은 6월13일과 27일 포착된 ‘결정적 첩보’가 북한군의 감청내용으로 각각 8자, 15자라고 주장했다. 전문가가 보면 중대한 돌발사태를 충분히 예감할 수 있는 내용이라는 것.

군 정보관계자는 “가령 북한경비정의 북방한계선(NLL) 침범을 전후한 우리 군의 경계태세에 대한 북측의 평가 등이 포함됐을 수 있다”며 “그러나 ‘역정보’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 소장은 “당시 상황에선 ‘역정보’로 볼 수 없으며 이후 실제 서해교전이 일어났지 않았느냐”고 반박했다.

윤상호기자 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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