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南 이봉주-北 함봉실 마라톤 동반우승 다짐

  • 입력 2002년 10월 11일 15시 33분


마라톤 ‘남남북녀(南男北女)’ 이봉주(32)와 함봉실(28). 이들에게 부산아시아경기는 각별한 의미가 있다. 6년 만에 국내 레이스에 나서는 이봉주. 사상 처음 ‘남쪽 동포’의 뜨거운 성원을 업고 달리게 될 함봉실. 이번 대회 대미를 장식할 남녀 마라톤에서 이봉주와 함봉실이 나란히 월계관을 쓰는 것은 우승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바로 ‘하나 된 우리의 힘’이다. 레이스를 앞둔 이들의 각오는 그래서 더욱 남다르다.

#이봉주

“모든 준비는 끝났다. 결과만 남았다.”

대회 마지막날인 14일 아시아경기 2연패에 도전하는 ‘봉달이’ 이봉주는 3개월여에 걸친 강도 높은 훈련을 소화하고 11일 선수촌에 입성했다.

이봉주는 이번 대회에서 꼭 우승해야 할 이유가 있다. 결혼후 처음 출전하는 무대, 96동아마라톤 이후 국내에서 처음 뛰는 마라톤, 여기에 내년 초 태어날 2세를 위해 꼭 금메달을 따야한다는 아빠로서의 욕심도 있다. 무엇보다 남북이 사상 처음 부산 하늘 아래서 ‘한마음 레이스’를 펼치는 게 어디 보통일인가. 이봉주가 우승을 다짐하는 가장 큰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특별한 목표가 있는 만큼 열심히 뛰었다. 5월 결혼식을 올린 이봉주는 신혼의 단꿈에 한참 젖어 있어야 할 7월말 신부를 남겨두고 뉴질랜드로 전지훈련을 떠나는 등 어느 때보다도 훈련에 매진했다.

오인환 삼성전자 남자마라톤팀 감독은 “봉주가 힘든 훈련을 잘 소화했다. 봉주는 풀코스를 26번이나 완주한 베테랑이다. 필승의 의지가 어느 때보다 뜨거운 만큼 좋은 레이스를 펼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국최고기록(2시간7분20초) 보유자인 이봉주는 이번 대회 출전선수 가운데 기록도 가장 빠르다. 이봉주와 금메달을 다툴 경쟁자로는 일본의 다케이 류지(30·2시간8분35초)와 시미즈 고지(32·2시간9분00초)가 꼽힌다.



#함봉실

“우리 민족의 저력을 꼭 보여줄 테야요.”

함봉실은 이번 대회에서 다관왕을 포기하고 마라톤에만 전력투구하기로 했다. 그는 지난달 열린 아시아선수권대회 5000m와 1만m를 석권한 2관왕. 이번 대회에서도 이들 종목에 출전하기만 했으면 금메달 후보 1순위였지만 욕심을 접었다. 마라톤은 인간 능력의 한계를 시험하는 경기. 13일 여자마라톤에서 우승해 우리 민족의 힘을 떨쳐 보이겠다는 것이 함봉실의 당찬 각오다.

8일 부산에 첫발을 내디딘 함봉실은 바로 다음날부터 부산 해운대구에 위치한 동백섬 일주도로를 달리며 현지 적응훈련에 돌입했다. 코스 점검도 이미 마쳤다.

함봉실은 99년 세계선수권대회를 제패한 ‘세비야의 영웅’ 정성옥과 함께 북한 여자마라톤의 양대 스타. 1988년 육상을 시작한 베테랑으로 2000년 시드니올림픽 마라톤에서 2시간27분07초의 좋은 기록으로 8위를 차지했다.

또 지난해 베이징 유니버시아드대회 하프마라톤에서는 1시간15분24초로 금메달을 따냈고 4월 평양국제마라톤대회에서 2시간26분22초로 북한 최고기록을 수립하는 등 절정기에 올라 있다.

함봉실은 일본의 오미나미 히로미(2시간23분35초), 한국의 권은주(2시간26분12초) 등과 금메달을 다툰다. 최고기록은 이들에 뒤지지만 최근의 무서운 상승세로 볼 때 우승 가능성은 충분하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분석.

한편 98방콕대회 여자마라톤 은메달리스트인 김창옥도 함봉실과 함께 금메달 사냥에 나선다.

부산〓양종구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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