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지지 않은가. 시인이자 교육자 출신으로 20여년간 동티모르의 독립운동을 이끌었던 구스마오 대통령이다. 아직 최종평가를 내리기에는 이르겠지만 이런 대통령이라면 국민의 신뢰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그는 독립을 위해 무장투쟁을 서슴지 않았으나 독립된 후에는 지배자였던 인도네시아를 따르던 무리와 그들에게 저항했던 세력간의 화해에 앞장섰다. 그런 그에게 유네스코는 ‘올해의 평화상’을 수여했다.
▷‘투쟁과 화해’의 리더십이라면 넬슨 만델라 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그는 27년 동안 투옥생활을 하는 고초 끝에 1994년 대통령직에 올라 흑인통치시대를 연다. 하지만 그는 백인들에게 보복하지 않았다. 백인정권의 극악한 인종차별정책에 분노했던 흑인들을 달래가며 ‘흑백의 위대한 화해’를 이끌었다. 그의 5년 임기가 다해갈 때 다수 남아공 국민은 그가 5년 더 대통령 자리에 있기를 바랐다고 한다. 그러나 그는 후계자인 부통령에게 자리를 넘기고 미련 없이 대통령직을 떠났다. 그는 말했다. “이제 일곱 손자들과 고향의 계곡과 언덕, 시냇가를 거닐며 여생을 보내겠다.” 상상만으로도 이 얼마나 아름다운 모습인가.
▷우리는 헌정사 반세기가 지나도록 이런 대통령 한 사람 두지 못했다. 군부독재시대가 지나면 우리도 ‘아름다운 대통령’을 볼 수 있으려니 했지만 민주화의 대명사로 불리던 두 민간정부의 대통령도 무능과 부패로 국민 기대를 저버렸다. 하물며 요즘에는 대북 뒷거래설에 노벨 평화상 로비설까지 불거져 실로 참담하고 민망할 지경이다. 이제 두 달여가 지나면 새 대통령이 나올 것이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국민에게 믿음과 희망을 안겨줄 수 있는 인물이라면 좋겠다. 그러나 현실로 눈을 돌리면 온통 폭로와 비방, 증오와 적개심의 정치뿐이니 우리 국민은 ‘아름다운 대통령’을 보기까지 도대체 얼마를 더 기다려야 할까.
전진우 논설위원 youngj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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