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나의 무대 5]유니세프 전문직원 김경선씨

  • 입력 2002년 10월 13일 18시 25분


뉴욕 유니세프 본부 건물 앞에 선 김경선씨 - 유엔본부=홍권희특파원
뉴욕 유니세프 본부 건물 앞에 선 김경선씨 - 유엔본부=홍권희특파원
‘긴급-아프리카의 르완다에 수막염(뇌척수막에 염증이 생기는 사망률이 매우 높은 병)이 돌고 있음. 즉시 예방접종을 하지 않으면 어린이들의 희생이 늘어날 수 있음.’

올 8월 유니세프(유엔아동기금)의 전문직원 김경선(金京善·30)씨는 담당 사무관으로부터 이런 ‘이머전시 정보’(비상 정보)를 받았다. 김씨는 곧 이탈리아를 비롯해 자신이 맡고 있는 유럽 8개국의 유엔대표부로 지원을 요청하는 내용의 서한을 보냈다.

다행히 이탈리아가 26만달러의 돈을 보내왔고 다른 나라들도 형편에 맞게 각종 지원을 약속했다. 김씨는 안도감에 가슴을 쓸어내렸다.

▼글 싣는 순서 ▼

- ①유엔 정무국 이라크문제 담당 차기호씨
- ②유엔 경영관리국 자금부 홍주선씨
- ③IMF 모스크바 사무소 부소장 권구훈씨
- ④유네스코 최수향 유아교육 과장

김씨는 190여 유엔 회원국을 나눠서 담당하고 있는 20명의 유니세프 전문직원 중의 한 사람이지만 이럴 때 가장 보람을 느낀다.

“어떤 사업에 어떤 나라가 관심을 보이는지 정확히 파악하고 있어야 합니다. 필요할 때 이들을 잘 연결해서 돈이 좋은 일에 쓰이도록 하는 거지요. 해당국 관계자들을 초청해 유니세프 사업을 브리핑하기도 합니다. 창의적이고 남을 돕는 일이어서 너무 좋아요.”

15년 전인 1987년. 가족과 함께 남미 파라과이행 비행기를 탄 여중생 경선양은 미지의 땅이 두렵기만 했다. 의류제조업을 하는 부친은 파라과이 수도 아순시온에서 공장을 운영하고 있었다. 그는 스페인어를 새로 배워야 했고 결국 그곳에서 중고교를 마쳤다. 대학은 미국 뉴저지 주립 럿거스대학에 진학했다.

대학 졸업 후 서울로 돌아와 국제교류재단에서 일하던 그는 2000년 어느 날 우연히 JPO(Junior Professional Officer) 모집공고를 보고 응시했다. 정부 지원으로 유엔에서 근무할 전문인력을 양성하는 JPO 4기에는 김씨를 포함해 여성 5명이 합격했다. 건설회사에 다니던 남편 한성수(韓聖洙·34)씨도 기꺼이 이삿짐을 꾸렸다. 2001년 1월 유엔본부 유니세프 사업부에서 남미사무소를 지원하는 업무를 맡아 일을 배우기 시작했다.

“업무 파악을 위해 남미 자료를 수집하는 데 여러 사람이 조각 정보만 갖고 있더군요.‘흩어져 있는 자료를 나라와 지역별로 인트라넷에 통합 관리하면 좋을 것’이라고 건의했죠. 건의가 채택돼 3개월간 작업 끝에 나라별 자료사이트 구축에 성공했지요.”

이 일을 계기로 그의 도전정신과 추진력은 높은 평가를 받았다. 유엔 공인 스페인어 자격증을 가지고 있는 그는 올해 유니세프에서 실시한 ‘젊은 전문가 프로그램(Young Professional Program)’에 응시해 100 대 1의 경쟁을 뚫고 합격했다. JPO 근무 1년7개월 만인 올 8월 김씨는 유엔의 정식 직원(P2직급)이 된 것이다.

유엔본부〓홍권희특파원 konihong@donga.com

▼김경선씨는▼

△1972년 서울 출생

△학력:1987년 송곡여중 재학 중 파라과이로 이민, 아순시온의 상클레멘테 마리아고교 수석 졸업, 미 국 뉴저지 주립 럿거스대 졸업(정치학 경제학 복수 전공)

△경력:대전엑스포 도우미(대학 휴학하고 참여), 국 제교류재단 근무, 2001년 유니세프에서 JPO로 근 무 시작

△유니세프 지원동기:“아이를 키우다 보니 가난과 질 병으로 고통받는 제3세계 어린이를 돕고 싶은 마음 이 강하게 들었다. 내 경험과 영어, 스페인어 등을 활용할 수 있어 좋다.”

△장차 계획:“내년엔 대학원에 진학해 공공행정학을 공부하고 후년에는 프랑스어 자격증을 취득하고 싶 다. 유니세프에서 계속 일하고 싶고 현장근무도 꼭 해볼 생각이다. 선교활동의 꿈을 직업과 병행할 수 있을 것 같다.”

△국제기구 지원자에 대한 조언: “한꺼번에 이루려고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고 꾸준히 자신의 역량을 키 워야 한다. 내 경우 직장 경력과 컴퓨터를 공부한 것 등이 큰 도움이 됐다. 유엔에서는 각국 사람들 과 어울릴 수 있는 열린 마음이 없으면 살아남기 힘들다.”

▼JPO란▼

국가가 지원해 전문직원 후보를 유엔에 파견하는 제도. 한국은 96년 시작해 지금까지 5차례 24명을 파견했다. 기간은 보통 2년. 유엔 정식 직원과 같은 대우를 받는다. JPO 출신 가운데 5명이 유엔 및 산하기관 정식 직원이 됐다. 만 30세 이하여야 지원할 수 있다. 영어와 제2외국어 시험, 면접을 거쳐야 한다. 외교통상부 사이트(www.unrecruit.go.kr) 참조.

▼YPP란▼

젊은 전문가 프로그램. 국제기구가 부정기적으로 시험을 치러 전문인력(P2, P3급)을 뽑는 제도. 각국의 수많은 젊은이들이 시험 공고를 기다리고 있다. 올해 유니세프의 경우 지원자 4000여명 가운데 서류전형으로 100여명을 추려 4시간의 작문시험과 3시간의 전화인터뷰를 치러 40명을 뽑았으며 그중 20여명이 정규 직원으로 임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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