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ds세상 누가 만드나]프뢰벨의 일러스트레이터

  • 입력 2002년 10월 15일 16시 15분


“배우기보다는 꿈꾸게 해 주세요.”

한국프뢰벨 미술부 14명의 책상 위에는 각각 자신이 그린 그림들이 붙어있다.

물에 빠진 왕자님, 양복차림의 사슴, 검은 숲속을 헤매는 양, 곰인형을 안고 잠든 꼬마, 반달 위의 토끼, 안경 쓴 올빼미…. 그야말로 꿈속의 주인공들이다.서너장 이상 붙여놓은 부원들도 있어 그림들이 천장까지 올라간 경우도 많다. 아이들에게 꿈꿀 거리를 만들어주는 일러스트레이터.

책상을 차지하고 앉았지만 모두 프리랜서들이다. 예외가 있다면 이들을 이끄는 김석진 부장(41).

“7년 전만 해도 프뢰벨 미술부는 직원들로 채워졌지만 좀더 자유롭게 꿈꿀 수 있도록 놓아주었습니다.”

회사의 간섭을 줄이고 맘껏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했다는 설명이다. 그 후 프뢰벨 미술부는 ‘일러스트레이터 사관학교’로 불렸다. 이곳에서 훈련을 받은 일러스트레이터들이 국내 곳곳의 그림책 회사로 옮겨가 실력을 발휘하거나 역시 프리랜서로 빼어난 그림들을 그리고 있기 때문.

이들 프리랜서는 이력서를 들고 이곳을 찾아오거나 김 부장이 운영하는 인터넷 카페(http://cafe.daum.net/FrEELanCeR)를 통해 온 일러스트레이터들. 김 부장이 ‘계약’할 때 묻는 첫 질문은 ‘아이들을 사랑하는가’‘평생 할 수 있나’하는 점이다.

미대를 나왔건 그렇지 않건 그림 그리는 테크닉은 얼마든지 익힐 수 있지만 이 두 가지는 ‘어린이책’을 위해 갖춰져 있어야 한다는 것. 프뢰벨 미술부는 또 ‘내공’을 쌓기 위해 정기적으로 영국 킹스턴대와 일러스트레이션 워크숍을 개최하고 있으며 2년마다 어린이그림책에 실렸던 그림을 전시하는 ‘프뢰벨러스트’전을 열고 있다.공식적으로 출근 오전 8시, 퇴근 오후 5시반이지만 밤 10시까지 작업하는 경우가 많다. 이들 외에 출근하지 않고 집에서 그림을 그리는 대여섯명이 더 있다.

수입은 프리랜서이기 때문에 ‘작업량’에 따라 달라지는데 3년차 정도 되면 연 4000만∼5000만원.

12살 6살 두딸에게서 많이 배운다는 김부장은 “모두들 그림을 그리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는 말로 미술부에 대한 자부심을 나타냈다.

“대학에서 조소를 전공했습니다. 조소나 일러스트레이션이나 조형적인 것은 비슷해요. 세계 제일가는 일러스트레이터가 되는 것이 꿈입니다.” (황종욱·32)

“대학에서 지구과학을 전공했어요. 일방적인 미대교육은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여기서의 배움에서는 작지만 한걸음 한걸음 확실히 나아가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지요.” (황은미·35)

“그림과 아이들이 좋아서 들어왔는데 평생 동화책의 그림을 그리는 것이 꿈이에요. 사실화보다 상상화가 좋아요. 공부를 위해 드로잉 연습을 많이 해야하는데 시간이 없는 것이 흠이에요.” (최민정·24)

“세계적 일러스트레이터가 꿈입니다.”(안예리·27)

김진경기자 kjk9@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