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격 사건 발생시 동일범의 소행인지를 알기 위해 현장의 탄두와 탄피 수집은 필수. 총알이 발사될 때 탄피에 남는 긁힘을 비교해 같은 총에서 발사된 것인지를 알아낸다. 이 같은 기법으로 이번 연쇄사건들이 동일범의 소행임을 밝혀냈다.
이번 사건에서는 또 각 사건과의 지리적 연계를 분석하는 컴퓨터와 탄도자료, DNA 등 아무리 작은 흔적도 추적하는 기술 등이 동원되고 있다.
수사의 진척에 따라 화질이 나쁜 감시카메라에 녹화된 화면을 선명한 디지털 화면으로 바꾸는 기술, 분자까지 분석해내는 화학물질 스캐너 등도 대기중이다.
과학수사가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은 O J 심슨 재판에서 사용된 DNA 판별. 현재는 땀, 눈물뿐만 아니라 심지어 핵이 없는 세포로 이루어진 손톱 치아 머리카락 등에서도 미토콘드리아 DNA를 추출한다.
미세 물질을 판독해내는 기기의 발달은 더욱 놀랍다. 최근까지는 범인의 손에 묻은 탄약가루를 판별하기 위해 왁스를 범인의 손에 바르고 본을 떠내 화학물질로 반응시키는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했다. 이제는 특수 스캐너에 손을 대기만 하면 된다. 또 미세한 화학물질도 섬광 분석기로 간편하게 분석된다.
가장 주목받고 있는 미래기술은 ‘뇌 지문’ 인식. 피검사자가 어떤 물체를 처음 인지할 때와 두 번째일 때는 그의 뇌파가 다르다는 점을 이용한다. 피검사자가 범인이라면 현장 사진을 보여줬을 때 뇌파가 두 번째로 본 것과 같은 뇌지문을 보여준다는 것.
이러한 과학 기술들이 그다지 놀랍지 않다면 그것은 ‘CSI효과’ 때문이라고 타임은 전했다. 범죄 과학자들 사이에서 CSI효과는 “TV가 과학수사를 로맨틱하게만 만들어 범죄 수사에 대해 일반인, 과학수사과정 지망자, 심지어 검사나 배심원들까지 비현실적인 기대를 갖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
45분짜리 단막극에서 비치는 빠르고 흥미진진하고 세련된 과정과 달리 현실에서 과학수사는 시행착오와 직감, 경험, 인내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가장 발전했다는 DNA판별에만도 2개월이 소요된다. 증거 자체도 손상되기 쉬우며 수사결과가 나온다 해도 법정에서 채택되느냐는 문제는 별개다.
박혜윤기자 parkhy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