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째 잠적 중인 엄 전 총재는 이날 일부 언론사 기자들과 만나 “4일 국감에서 ‘당시 이근영 금융감독위원장으로부터 청와대 한광옥 비서실장이 대출을 지시한 것으로 들었다’고 증언한 것은 모두 사실이며 검찰 조사에서 이를 얘기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한 실장, 이 수석 등은 오랫동안 인연을 맺어 온 사람들이어서 인간적으로 부담스럽다”고 토로한 뒤 “하지만 국감 때 이들과 관련한 발언은 내가 알고 있는 사실 그대로다”고 강조했다.
그는 “개발도상국은 대체로 정치지도자가 외국에서 오는 원조 등을 군사용이나 체제유지용으로 멋대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며 “정부의 대북(對北)지원은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북한에 자금을 지원하려면 아시아개발은행(ADB) 등 공공 금융기관을 이용해야 사업투명성이 높아진다”면서 “북한에 대한 식량원조 등 직접 지원은 북한의 대외의존도만 높인다”고 지적했다.
비교적 건강한 모습인 엄 전 총재는 “검찰에서 부르면 사실대로 진술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지검은 8일 한광옥 전 비서실장이 엄 전 총재를 대출압력설과 관련해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함에 따라 엄 전 총재 등 사건 관련자 3, 4명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를 내렸다.
임규진기자 mhjh2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