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와 가난한 사람이 사는 물건은 다를 수밖에 없다. 동네 슈퍼마켓에서 할인판매를 한다고 해서 백만장자들이 ‘물가가 떨어지는군’ 하고 생각할 리가 없고 렉서스나 BMW가 최고급 신차 값을 깎아준다고 해서 서민들이 ‘차값이 싸졌다’고 좋아할 까닭이 없다.
부자에겐 부자 물가가 따로 있다. 미국 경제잡지 포브스(Forbes)는 ‘엄청난 부자들의 물가지수’를 산출해 발표한다. CLEWI(Cost of Living Extremely Well Index)라는 것인데 지수라기보다는 ‘백만장자가 관심을 갖는’ 42개 품목의 가격합계를 비교하는 셈이다.
올해(포브스 9월30일자 게재)는 작년보다 2.8% 올랐고 여기서 소비자물가를 뺀 실질상승률은 1.3%에 불과했다. 작년(2.6%)보다는 약간 높지만 2000년(5.2%)에 비해선 크게 낮아진 것.
흥미로운 것은 물가수준보다 산정기준이 되는 품목들이다. 미국의 ‘끝내주는 부자들’이 평소 어떤 품목에 관심을 두는지, 그들의 소비생활이 어떤지 엿볼 수 있다.
그 중 블루밍데일 백화점의 맥시밀리안에서 파는 천연 러시아산 검은 담비 가죽코트는 19만5000달러로 3년째 같은 가격이다. 빌 블래스 제품인 실크드레스는 한 벌에 3090달러로 작년과 똑같은 값이다. 뉴욕시내 턴불 앤드 애서의 맞춤 면 셔츠는 3000달러로 작년보다 6.4% 올랐다. 영국 런던 존 롭의 남자용 맞춤구두(검은색, 송아지 가죽)는 한 켤레에 2738달러로 9.5% 올랐다. 수입제품은 미 달러환율이 약세여서 달러로 환산하면 7%가량 오르게 돼있다.
학교 수업료도 약간 올랐다. 백만장자들의 관심품목에 올라있는 학교는 보스턴 근교의 5년제 대학예비교 그로튼과 하버드대학이다. 총 학생수가 겨우 362명에 36만평의 캠퍼스를 갖고 있는 그로튼의 1년간 등록금(기숙사 포함)은 3만2160달러. 하버드대 1년 등록금(기숙사비 보험료 포함)은 3만5950달러다.
먹는 것을 빼놓을 수 없다. 메릴랜드주 베데스다의 리지웰이라는 케이터링 서비스 회사에 40인분을 주문하면 5600달러가 든다. 페트로시안 캐비아(1㎏)는 3000달러. 돔 페리뇽 샴페인 한 상자는 1427달러로 약간 싸졌고 뉴욕 로벨의 필레미뇽(7파운드)은 203달러로 약간 올랐다. 프랑스 파리의 라투르 다르장에서 한끼 식사값(1인분, 와인과 팁 포함)은 241달러로 약 20% 싸졌다.
뉴욕시의 크리스타토스 앤드 코스터에 의뢰해 한 달간 방 6개에 일주일 단위로 꽃단장을 하게하면 7215달러가 들고 레녹스의 실버웨어(윌리엄스버그 조개 패턴, 12인용 4개짜리 세트)를 갖춰놓는 값은 4680달러다.
뉴욕의 얼굴 성형수술비는 1만2500달러이며 워싱턴DC의 호스피털센터에서 VIP실에 하루 묵으면 1580달러를 내야한다. 뉴욕시 부자촌인 어퍼이스트사이드에서 45분간 심리치료를 받는데 드는 돈은 240달러이며 뉴욕의 로펌에서 파트너급에게 법률 조언을 받으면 시간당 625달러가 든다.
캘리포니아주의 골든도어 스파 일주일 이용료는 5975달러, 8인용 사우나 설치비는 1만3450달러다. 모터요트는 310만7000달러, 세일링 요트는 200만달러로 웬만한 고급주택보다 비싸다. 영국산 제임스 퍼디 앤드 선스의 엽총을 뉴욕에서 구입하려면 14만1000달러를 내야 하는데 이는 작년보다 22.9% 오른 값이다.
순혈종 경주마인 서러브레드종 1년생 평균 가격은 48만7184달러로 작년의 71만247달러보다 31.4%나 하락했다. 가격폭락은 사우디아라비아 파드 왕의 조카인 아흐메드 왕자가 올 7월 43세의 나이에 갑자기 사망한 때문. 미국 켄터키 더비의 소유주로 서러브레드 경주마를 많이 사들였던 아흐메드 왕자가 세상을 뜨자 경주마 수요가 급격히 줄어들었다고 미 언론은 보도한 바 있다. 캘리포니아주의 미션풀스가 설치하는 실외수영장(50m)은 96만3000달러, 코네티컷주의 푸트남사가 공사하는 클레이 테니스코트는 5만5000달러로 작년과 같은 값이다.
10인승 리어제트31A 자가용 비행기는 652만5600달러, 시코르스키 S76C+ 헬리콥터는 이보다 비싼 870만달러로 작년보다 약간씩 올랐다. 롤스로이스의 실버 세라프는 23만달러에서 10달러를 뺀 금액이다.
백만장자 품목에 들어있는 담배는 도미니카공화국산 시가 애니버사리오 넘버1. 25개비에 738달러로 13.5% 올랐다. 파텍 남자용 금장시계는 1만800달러, 루이뷔통 더플가방(55㎝)은 740달러다.
뉴욕〓홍권희특파원 konihong@donga.com
미국 백만장자의 관심 품목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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