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직넘버1’을 남겨두었던 삼성은 17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와의 경기에서 8-3으로 승리해 80승4무46패로 페넌트레이스 1위를 확정짓고 한국시리즈에 직행했다. 삼성의 정규시즌 우승은 89년 프로야구에 단일리그가 도입된 이후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
우승이 결정된 뒤 삼성선수들은 하이파이브를 나누며 차분하게 기쁨을 나눴다.
공교롭게도 삼성은 지난해에도 바로 사직구장에서 우승을 확정지었다. 당시 삼성은 배영수(삼성)와 호세(롯데)간에 일어난 빈볼사건 때문에 롯데와 감정이 악화된 상태여서 우승 직후 오물이 날아드는 상황에서 씁쓸하게 운동장에서 쫓기듯 나와야 했다.
전날 두산에 아깝게 역전패했던 삼성은 이날 경기에서는 승리에 강한 집념을 보였다. 김응룡 감독은 4-2로 앞선 6회 1사 1, 3루에서 박정환에게 스퀴즈번트를 시켰을 정도. 3점차로 승기를 잡은 6회엔 아껴두었던 에이스 임창용을 구원투수로 등판시켰다.
선취점을 낸 것은 롯데. 롯데는 3회 연속 3안타와 볼넷, 몸에 맞는 볼 등을 묶어 2점을 먼저 얻었다. 하지만 마운드가 약한 롯데로선 삼성의 강타선을 막아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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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은 4회 김한수의 2점포로 간단히 동점을 만든 뒤 5회 강동우의 2루타와 박한이의 3루타가 연달아 터지며 2득점해 역전에 성공했다. 3-5로 쫓긴 8회 터진 진갑용의 2점 홈런은 한국시리즈 직행을 확정짓는 축포.
이승엽은 5회 무사 3루에서 내야땅볼로 1타점을 거두며 124타점으로 역대 프로야구 한 시즌 최다타점 신기록을 세웠다. 종전 기록은 99년 자신이 세운 123타점.
2위 기아는 광주에서 한화를 7-4로 눌렀으나 삼성이 1위에 오르면서 자연스럽게 2위가 확정됐다. 3위는 현대. 남은 한자리인 4위는 이날 경기가 없었던 LG가 유력하다. LG는 남은 2경기에서 1게임만 이기거나 5위 두산이 2경기에서 한 게임만 패하면 4위로 현대와의 준플레이오프를 치른다.
기아 선발 키퍼는 6이닝 5안타 2실점으로 시즌 19승째(9패)를 따내 1경기를 남겨둔 한화 송진우(18승)를 제치고 다승 단독선두로 점프해 용병제도가 도입된 98년 이후 처음으로 외국인 다승왕을 확보했다.
김상수기자 ssoo@donga.com
▼김응룡감독 "임창용-이승엽 제몫다해"▼
삼성 김응룡 감독(61)은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잡고 페넌트레이스 우승이 확정되자마자 더그아웃 뒤쪽의 라커룸으로 몸을 감췄다.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싶었던 것일까.
우승을 하건, 경기에 지건 항상 표정이 변함없는 ‘코끼리’ 김 감독. 그는 여전히 무뚝뚝한 말투로 인터뷰에 응했다.
-소감은….
“1위 하기까지 어려운 상황이 많았다. 7연패에도 빠졌고 1위와 6경기 차로 뒤떨어질 때도 있었다. 힘든 상황에서 선수들이 최선을 다해줘 우승을 차지했다.”
-수훈선수를 꼽으라면….
“투수 가운데는 임창용과 엘비라가 잘해줬고 타자 중엔 이승엽 마해영 김한수가 제 몫을 다했다.”
-한국시리즈에 대비한 계획은 세웠는가.
“아직 구체적으로 생각해 보진 않았다. 시즌이 끝나면 경산구장에서 훈련하며 차분히 대비하겠다.”
김상수기자 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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