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오전 충북 청주시 밀레니엄타운의 오성국제바이오엑스포장. 식량관으로 막 들어서던 할아버지 관람객들은 파릇파릇 살아있는 벼 모판으로 제작한 ‘라이스 월’(RICE WALL)을 보고 무척 신기해했다. 그 옆 전시관에서는 2.4m의 거대한 개미 모형이 어린이들을 반겨주었고 청정 에너지를 사용하는 미래의 자동차와 70년산 산삼을 기르는 배양기는 어른들의 발길을 붙잡았다.
24일 폐막을 앞둔 이번 엑스포는 국내 최초로 ‘바이오 기술’을 주제로 삼았는데 딱딱하고 어려운 주제를 흥미진진한 교육의 장으로 펼쳐냈다는 호평을 받았다. 덕분에 주최측은 폐막 때까지 당초 목표(30만명)보다 훨씬 많은 80만명의 관람객이 올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런 성공 뒤에는 난해한 생명공학의 세계를 남녀노소 모두가 함께 즐기고 배우는 행사로 꾸며낸 전문가들의 노력이 숨어있다.
그들은 바로 ‘스페이스 커뮤니케이션’ 전문회사인 (주)S&PI의 대표 김경태씨를 비롯한 이윤복 박정민실장, 두현영 윤혜령 차장 등이다. 이들은 대전 엑스포의 일부 구간을 비롯, 포스코의 여러 프로젝트를 치러낸 ‘드림팀’, 박람회나 전시이벤트 등은 단기적인 테마파크와 같다. 이렇게 한 장소에서 이뤄지는 문화컨텐츠를 채워주는 일이 이들의 작업.
새로운 문화산업으로 떠오르는 ‘스페이스 커뮤니케이션’은 박람회 같은 대형프로젝트의 공간구성 산업을 이르는 말이다. 예전에 주로 광고대행사들이 여러 업체를 연결해 일을 했지만 요즘엔 전문회사들이 등장한 것.
생명관 의약관 미래관 등 5개 관을 맡은 이들은 2년전부터 준비를 시작했다. 실질적으로 작업에 들어간 시간은 1년반이 걸렸다. 의약관 입구 한 켠에 있는 쪽문을 열면 드러나는 건축현장사무소같이 어수선하고 좁은 공간. 이곳에서 만난 이들은 “처음 접하는 바이오 엑스포라는 어려운 소재를 풀어내느라 힘들기도 했지만 그만큼 성취감도 컸다”고 입을 모았다.
윤혜령 차장은 “세포와 DNA 등 눈에 보이지 않는 세계를 공간에서 표현하는 일이 무척 힘들었다 그러나 아이와 나란히 손잡고 온 엄마가 내가 구상한 생명의 탄생 전시물을 보며 설명하는 모습을 보면서 위안과 보람을 느꼈다”고 말했다.
관람객의 인기를 끌었던 고구마-감자로 전기를 만들어내는 실험, 식용유로 만드는 바이오디젤유, 자기 눈(홍체)으로 문을 여는 체험 등은 두현영차장의 머리에서 나온 아이디어들. 그는 “엑스포 덕분에 지난 한 달 동안 식물세포부터 산삼 송이 지렁이 등 많은 종류의 동물 식물 미생물을 키웠다”며 “전시 자체가 비일상적인 공간과 시간이어서 일이 더 재미있고 역동적”이라고 말했다.
이 분야의 일을 하려면 창의력이 뛰어나고, 동시에 많은 일을 챙길 수 있는 멀티플레이어가 되야 한다. 한 전시관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인테리어 혹은 건축, 영상, 시스템, 모형, 그래픽, 이벤트 등 많은 분야가 모여 시너지를 발휘해야 하기 때문.
김경태 대표는 “도대체 무슨 일을 하느냐는 질문을 받을 때면 우리는 무에서 문화상품을 만들어내는 재미에 사는 사람들이라고 대답한다”고 말했다. 그래서일까, 생명공학에 이어 관악대, 관광 등 이들이 맡은 행사는 주제는 매번 달라지지만 그 열정은 한결같이 뜨겁다.
청주〓고미석기자 mskoh1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