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北서 核중재요청 받았나

  • 입력 2002년 10월 24일 18시 54분


제8차 남북장관급회담(19∼23일·평양) 이후 한국 정부가 북한 핵문제의 중재자로 적극 나선 느낌이다. 북한의 속내를 국제사회에 전달하려는 노력이 두드러진다. 이 때문에 북측이 남측에 ‘중재 역할’을 요청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24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차 출국하면서 “(26일 한미일 3국 정상회담에서) 남북장관급회담 결과를 토대로 논의하겠다”고 말한 것도 그런 맥락으로 해석하는 시각이 적지 않다. 북측이 김 대통령의 중재 노력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별도의 메시지를 전달했을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정부 관계자들은 특히 장관급회담 남측 수석대표인 정세현(丁世鉉) 통일부장관과 북측 김영남(金永南)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간의 비공개 면담 내용에 주목하고 있다.

정 장관은 24일 MBC라디오에 출연해 “김 위원장이 ‘미국이 대북 적대시 정책을 철회할 용의가 있다면 대화를 통해 미국이 우려하는 안보상의 문제를 해소할 준비가 돼 있다’는 얘기를 그냥 지나가는 말처럼 하지 않고 매우 또박또박하게 말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는 ‘이런 내용을 정확하게 바깥에다 얘기를 해야 하겠다’는 취지가 아니었나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예정에 없던 두 사람의 면담이 50분 동안이나 이뤄진 만큼 면담 이후 공개된 원칙적 입장 이외에 다른 대화가 있었을 것이고, 그렇다면 그 내용은 핵문제 해결을 위한 북측의 구체적 의지나 계획일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정부 일각의 관측이다.

그러나 남측의 중재 역할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도 많다. 우선 북측이 진정으로 남측의 중재 노력에 힘을 실어주려 했다면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이 직접 정 장관을 만나 핵문제에 대한 입장을 전달했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또 정부 당국자들은 “섣부른 중재 욕심은 문제를 더 꼬이게 만들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부형권기자 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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