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찬 서울대총장 '우조교사건' 발언 파문

  • 입력 2002년 10월 24일 19시 29분


서울대 정운찬(鄭雲燦·사진) 총장이 23일 여성부 한명숙(韓明淑) 장관을 만난 자리에서 이른바 ‘서울대 우 조교 성희롱 사건’이 재계약에서 탈락된 우 조교의 앙심에서 비롯돼 억울한 사람을 매장한 사건이었다는 요지로 발언해 파문이 일고 있다.

이날 발언은 한 장관이 최근 서울대 법대 학생회로부터 서울대의 여교수 채용 확대와 대학내 성희롱 사건에 대한 여성부의 관심을 부탁받은 뒤 한국프레스센터 19층 기자클럽에서 오후 3시반부터 40분간 정 총장과 면담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정 총장은 한 장관이 우 조교 사건과 연관지어 학내 성희롱 문제를 언급하자 “(신모 교수가) 잘한 것은 아니지만 사회적으로 매장된 것은 문제가 있다”며 “소장(訴狀)을 보면 40개항목 중 20개가 터무니없는 소리지만 판결이 나버리고 나니 그만이고, 그래서 여성운동도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는 것.

정 총장은 이어 “우 조교는 사실 조교가 아닌 조수로 1년간 계약된 경우로, 계약이 해약되자 앙심을 품고 한 일”이라며 “그 사건은 과장된 일로 신 교수는 억울하다”고 말했다.

정 총장의 발언에 대해 한 장관은 “성희롱 문제에 대한 남성들의 기존 생각은 ‘이런 것 쯤이야 사회에서 용인되겠지’라는 것이지만 피해자인 여성은 커다란 상처를 받게 된다”며 정 총장의 말에 일일이 반박했다. 두 사람은 모두 보좌진을 배석시키지 않았지만 여성부가 미리 언론에 알려 연합뉴스와 우먼타임스 기자가 옆 테이블에서 현장을 보고 있었다. 정 총장은 이들이 여성부에서 나온 직원으로 알고 있었지만 헤어질 때 명함을 건네며 인사를 하자 “이건 기사를 쓰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 총장은 파문이 확산되자 24일 오전 10시 40분경 서울대 기자실에서 20여분 정도 배경설명을 하면서 “여성계와 국민에게 심려를 끼쳐 대단히 미안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우 조교 사건은 국내 최초로 제기된 직장내 성희롱 소송으로 6년간의 법적 공방 끝에 1999년 6월 서울고법이 신모 교수(서울대 화학부)가 원고인 우씨에게 500만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림으로써 우리 사회에 성희롱이 범죄라는 사실을 인식시키는 계기가 됐다.

황진영기자 bud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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