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쉬운 점은 탄탄하지 못한 스토리. 채키 챈의 묘기를 스토리가 뒷받침해주지 못한다. 그래서 ‘턱시도’는 재키 챈의 ‘진기 명기 쇼’같다.
뉴욕의 총알 택시 운전사 지미 통(재키 챈)은 비밀첩보국(CSA)의 최고 요원 데블린(제이슨 아이삭)의 기사로 고용된다. 정체 불명의 폭탄 테러를 당한 데블린은 통에게 자신의 턱시도를 입고 월터 스트라이더를 찾으라는 말을 남기고 혼수상태에 빠진다. 그의 턱시도는 옷을 입은 사람을 만능으로 만들어주는 비밀병기다. 턱시도를 입은 통은 데블린 행세를 하며 세계 식수 시장을 장악하려는 배닝의 음모를 파헤친다. 이 턱시도는 실제로 조르지오 아르마니가 디자인했다.
이 영화에는 할리우드가 재키 챈에게 열광하는 이유를 납득할만한 요소가 많다. 가공할 액션을 내세운 할리우드 영화는 대부분 스턴트 맨이나 컴퓨터 그래픽을 동원해 ‘가짜’로 리얼리티가 떨어진다.
그러나 재키 챈의 액션에는 ‘진솔함’이 있다. 도심을 누비는 자동차 추격이나 40m가 넘는 건물 외벽을 타고 내려오는 장면은 모두 재키 챈의 실제 연기다. 건물 옥상에서 배닝 일당과 벌이는 밧줄 액션 장면은 37번의 연속 촬영 끝에 가능했다. 재키 챈의 액션만을 기대한다면 볼만한 영화.
‘턱시도’는 제니퍼 러브 휴잇이라는 스타를 공동 주연으로 내세웠지만 그는 ‘본드 걸’의 울타리를 벗어나지 못한다. 재키 챈의 ‘액션 짝’이라고 하기엔 캐릭터가 약하다.
영화에는 청룽이 없다. 재키 챈이 있을 뿐이다. 그만큼 ‘턱시도’는 미국 관객의 입맛에 들어맞는 영화다. 무시당하며 살던 동양인(재키 챈)이 미국을 구출한 뒤 “미국에 도움이 됐다면 영광”이라고 말하는 장면은 할리우드의 ‘팍스 아메리카나’ 강박증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감독 케빈 도노반. 11월 1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김수경기자 skkim@donga.com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