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사람들 위에 군림하려는 사람은 그에게 맡겨진 사람들의 행복을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형님께서 어떤 일을 하실 의향이 있으시면 그 일에 임하는 형님의 열정과 그에 따른 환희를 남들 또한 느끼게 하십시오.”
이 책은 기원전 1세기 로마제국, 기사계급 출신의 키케로 형제가 주고받은 편지를 묶은 것이다. 형인 마르쿠스는 변호사로 쌓은 명성을 기반으로 로마 공화정 최고의 직위인 집정관이 되기 위해 선거를 준비하고 있었고, 동생인 퀸투스는 아시아 속주의 총독으로 재임 중이었다.
형은 다혈질의 동생이 변방에서 그 지역 경영자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애정 어린 충고를 했고, 동생은 선거에 출마한 형을 위한 선거전략을 조목조목 제시했다. 이를 통해 당시 로마의 ‘국가경영’과 ‘선거전략’을 생생하게 볼 수 있다.
“로마의 현실 상황을 고려할 때 과도하게 공직자들의 치부를 들추거나 개개인의 행적을 감시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저 각자의 청렴도에 따라 네 신뢰도를 조정하는 것으로 만족하거라.”
“형님을 도와주시는 분들이 얼마나 많고 계층별로 얼마나 다양한지 항상 과시하도록 하십시오.… 형님의 은혜를 입은 분들께 이번이 빚을 갚을 유일한 기회라는 사실을 주지시키셔야 합니다.”
흥미로운 것은 2000여 년의 시간차에도 불구하고 국가경영과 선거전략이라는 정치 행위는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2000여 년 전 로마와 똑 같은 정치적 과제를 안고 있는 한국의 정치인들이 새겨들어야 할 이야기들도 많다.
“집안 일을 거들거나 개인 시중을 들게 하기 위해 곁에 두길 원하는 사람들, 이른바 총독의 식솔들에 대해서는 그들의 행동은 물론 언사까지도 책임을 져야 한다.”
“형님께서는 언제든 선의를 베풀 각오가 돼 있다는 인상을 주셔야 합니다. 형님은 남에게서 입은 은혜는 분명히 기억하는 분이시며 각자의 역할을 정확하게 제값대로 평가하는 공평한 분임을 깨닫게 하셔야 합니다.”
김형찬기자 kh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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