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팔순에 전국판소리대회 신인상 이동래씨

  • 입력 2002년 11월 1일 18시 42분


고희(古稀)의 나이에 판소리에 입문한 팔순의 노인이 판소리 전국대회에서 신인상을 차지해 화제다.

지난달 26일 전남 보성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제5회 보성소리축제 전국 판소리경연대회에서 신인부 대상을 차지한 이동래(李東來·80·전남 보성군 보성읍·사진) 할아버지.

보성군 득량면에서 태어난 이 옹은 7살 때 처음으로 축음기에서 흘러 나오는 판소리를 듣고 이를 흉내내기 시작하면서 소리와 첫 인연을 맺었다.

소리에 뛰어난 자질을 보였지만 집안 형편 때문에 체계적인 소리 교육을 받지 못했던 할아버지는 18세 때 서당 선생으로부터 잠깐 동안 소리를 배운게 전부였다.

일제 징용과 귀국, 6·25 전쟁을 치르고 난 뒤 30세부터 40여년동안 보성읍 주조장에서 주조기술자로 일해 온 이 옹은 생계 때문에 자연히 소리와 멀어지게 됐다.

소리에 대한 열정이 다시 피어난 것은 고희(古稀)인 1992년 주조장을 퇴직하면서부터.

이 옹은 시조 연구 모임인 ‘보성 시우회’에 가입해 시조를 익혔고 인근 고장의 김영자 선생에게 사사하면서 본격적인 소리교육을 받았다.

뒤늦게 자신의 끼를 발견한 이 옹은 마을 노인당에서 할아버지, 할머니들을 모아 놓고 소리를 해 ‘소리꾼 할아버지’로 통했다.

틈나는데로 마을 뒷산에서 혼자 소리를 다듬어온 이 옹은 자신의 소리 수준을 가늠하기 위해 올해 처음 생긴 신인부에 출전, ‘심청가’ 중 ‘쑥대머리’를 불러 큰 박수를 받았다.

이 옹은 “소리는 내 인생의 전부”리며 “이제 신인티를 벗었으니 건강이 허락하는 한 다른 판소리 대회에도 나가고 싶다”고 말했다.

보성〓정승호기자 sh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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