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6일 전남 보성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제5회 보성소리축제 전국 판소리경연대회에서 신인부 대상을 차지한 이동래(李東來·80·전남 보성군 보성읍·사진) 할아버지.
보성군 득량면에서 태어난 이 옹은 7살 때 처음으로 축음기에서 흘러 나오는 판소리를 듣고 이를 흉내내기 시작하면서 소리와 첫 인연을 맺었다.
소리에 뛰어난 자질을 보였지만 집안 형편 때문에 체계적인 소리 교육을 받지 못했던 할아버지는 18세 때 서당 선생으로부터 잠깐 동안 소리를 배운게 전부였다.
일제 징용과 귀국, 6·25 전쟁을 치르고 난 뒤 30세부터 40여년동안 보성읍 주조장에서 주조기술자로 일해 온 이 옹은 생계 때문에 자연히 소리와 멀어지게 됐다.
소리에 대한 열정이 다시 피어난 것은 고희(古稀)인 1992년 주조장을 퇴직하면서부터.
이 옹은 시조 연구 모임인 ‘보성 시우회’에 가입해 시조를 익혔고 인근 고장의 김영자 선생에게 사사하면서 본격적인 소리교육을 받았다.
뒤늦게 자신의 끼를 발견한 이 옹은 마을 노인당에서 할아버지, 할머니들을 모아 놓고 소리를 해 ‘소리꾼 할아버지’로 통했다.
틈나는데로 마을 뒷산에서 혼자 소리를 다듬어온 이 옹은 자신의 소리 수준을 가늠하기 위해 올해 처음 생긴 신인부에 출전, ‘심청가’ 중 ‘쑥대머리’를 불러 큰 박수를 받았다.
이 옹은 “소리는 내 인생의 전부”리며 “이제 신인티를 벗었으니 건강이 허락하는 한 다른 판소리 대회에도 나가고 싶다”고 말했다.
보성〓정승호기자 shj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