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엔 이런 ‘어리석은’ 엄마가 많이 줄었을 듯. 어리석은 정도가 아니라 아이에 대한 ‘방임 학대’라고 강북삼성병원 노경선 소아정신과장은 주장한다.
노 과장은 “병원에서 임상적으로 만나게 되는 가정에서의 방임은 영어를 가르치겠다고 비디오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소개했다. 물론 영어를 잘 하는 아이도 있겠지만 그들 중 3∼4세가 되어도 말을 못해 병원에 오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는 것.
인간교육실현 학부모연대가 개최한 ‘자녀인권을 생각하는 국민대토론회’(4일·세종문화회관 콘퍼런스홀)에서 노 과장은 “아이들이 비디오를 보면서 멍하니 두 시간이고 세 시간이고 앉아 있으면 엄마는 귀찮은 아이로부터 벗어난다”며 “그러다보니 엄마도 의식하지 못하는 자연적인 방임 학대가 일어나게 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사람이 되려고 성장한다는 것은 자꾸 부대끼고 놀면서 뇌가 자극을 받는 것이다.
학교 가기 이전의 만 6세 이하 아이들은 부모와 보내는 시간이 가장 많다. 그 시기에 비디오만을 봤다고 하자. 그 아이들이 ABCD를 외우고 “an apple”이라고 외치지만 아무런 의미가 없다. 그러나 엄마가 “A”라고 말하면 아이가 “A”하고 대답하고 엄마는 기뻐 손뼉을 친다. 사실 A가 아니라 엄마가 좋아하는 모습을 통해 사람이 되는 것을 배운다. 엄마가 신나면 아이도 신나고, 아이의 뇌가 자극되면서 아이가 자란다. 이렇게 말은 왔다갔다하면서 배우는 것이지 비디오로 배우는 것이 아니다.
물론 방임보다 나쁜 것이 아이를 때리는 것이라고 강조하는 노 과장은 학대받은 아이의 뇌사진을 보면 정상아보다 5∼10% 작고 뇌실은 정상보다 크며 기억을 담당하는 중요한 부분의 뇌(해마)도 5∼15% 작다는 보고가 있다고 소개했다.
뇌 발달 단계를 보면 갓난아이는 에너지의 60%를 뇌를 위해 쓴다. 그러나 어렸을 때 맞는 아이들은 뇌에서 스트레스 호르몬이 계속 나와 해마에 붙어 뇌 벽을 갉아먹고 독으로 작용해 뇌를 망가뜨린다.
그는 마지막으로 “무지막지하게 때리는 것도 학대지만 과잉보호로 자생력이 없어지게 하는 것도 학대”라고 주장했다.
강지원 어린이청소년포럼 대표는 “부모 자녀관계가 가부장제를 벗어나고 절대적 평등주의를 보완하는 조화적 관계여야 한다”며 “예를 들어 ‘친구 같은 아빠’이면서 동시에 ‘지도자적’ 아빠의 지위가 포기되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결국 자녀의 인권이 존중되면서 동시에 부모의 친권도 존중되는 관계가 바람직한 관계라고 강 대표는는 주장했다.
이화여대 이동원 명예교수(한국가족학회장)는 “유아기 때부터 자기 장난감치우기에서 시작해 발달단계에 따라 자기가 할 일을 알아서 하도록 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칼릴 지브란의 ‘예언자’ 중 ‘그대들의 아이라고 해서 그대들의 아이는 아닌 것…그대들을 거쳐 왔을 뿐 그대들에게서 온 것은 아니다…그대들 아이들과 같이 되려 애쓰되 아이들을 그대들과 같이 만들려 애쓰진 말라’는 시구를 인용하며 “적절한 훈련을 통해 성숙한 인간으로 키우는 것이 인권존중의 기본”이라고 강조했다.
김진경기자 kjk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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