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전에서 무인항공기가 본격적으로 선보인 것은 1982년 레바논전쟁 때였다. 당시 이스라엘군의 진격로였던 베카계곡에는 시리아군이 막강한 방공망을 구축하고 있었다. 이스라엘 공군은 자체 개발한 무인항공기 ‘스카우트(척후병)’를 베카계곡으로 날려보내 시리아군의 미사일 발사를 유도했다. 이를 통해 이스라엘군은 적의 레이더기지 위치를 파악하고 이를 80% 이상 파괴함으로써 전쟁을 일방적인 승리로 이끌 수 있었다. 이 일을 계기로 미국 등 세계 각국은 무인항공기 개발에 적극 나서기 시작했다. 무인항공기의 용도도 정찰·기만·공격에서 더욱 확대돼 지금은 무인 전투기까지 시험 단계에 있다고 한다.
▷미국의 무인항공기 ‘프레데터(약탈자)’에서 발사된 미사일이 예멘 북서부 고속도로 상에서 알 카에다 간부가 탄 차량을 폭파시켰다는 엊그제 뉴스가 눈길을 끌었다. 프레데터는 4㎞ 밖에서 교통신호 식별이 가능한 고해상 카메라와 기상레이더, 적외선 탐지장치 등 첨단장비를 탑재한 저공비행용 무인기. 이번 ‘작전’은 전투기 발사 미사일이나 위성으로 통제되는 순항 미사일보다 훨씬 정확한 공격이 가능한 무인항공기의 장점을 십분 살린 사례로 꼽을 만하다.
▷과학기술의 발전은 이제 ‘원격 암살’까지 가능케 했다. 멀리 떨어진 통제실에 앉아 무인항공기가 보내오는 실시간 영상자료를 통해 적을 확인하고, 미사일로 공격한 후 성과를 확인하는 일까지 일사천리로 이뤄졌기에 말이다. 그나저나 첨단화된 전쟁에서 화면상의 적을 향해 미사일 발사버튼을 누르는 병사의 심리상태는, 과거 적과 직접 총격을 주고받던 시절과 비교했을 때 얼마나 다를 것인지 궁금하다. 화면상에서 사람 죽이는 것을 컴퓨터 게임에서 적을 제거하는 것과 같이 여긴다면 그런 세상은 소름끼치는 곳이 아닐 수 없다.
송문홍 논설위원 songm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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