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에게(스페인·2002·오픈시네마)
1999년 ‘내 어머니의 모든 것’으로 칸 영화제 감독상을 수상한 스페인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의 신작. 세계적인 무용가 피나 바우쉬의 공연장에서 우연히 옆자리에 앉은 기자 마르코와 남자 간호원 베니그노. 마르코는 취재를 계기로 가까워진 투우사 리디아가 사고를 당했다는 소식을 듣고 병원에 갔다가 베니그노를 다시 만난다. 병원이라는 폐쇄적 공간을 통해 인간의 외로움과 타자에 대한 열망을 그려낸 영화.영어제목 ‘Talk to Her’
△추천 전양준〓올해 영화 중 가장 뛰어난 작품 중 하나. 칸 영화제 경쟁부문에 오르지 않은 것이 이상하다. 스토리는 평범한 멜로 드라마지만 말로는 설명하기 힘든 독특한 스타일이 매력적인 영화.
★노 웨어 인 아프리카(독일·2001·오픈시네마)
발터 가족은 2차 세계대전 직전 나치의 폭압을 피해 케냐로 이주한다. 발터는 고립감으로 절망에 빠지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아프리카의 토착적 삶에 적응한다. 전쟁이 끝나고 발터는 프랑크푸르트의 판사직을 제안받아 귀국하려 하나 케냐의 생활을 사랑하게 된 가족들은 갈등한다. 카롤리네 린크 감독. 영어제목 ‘Nowhere in Africa’.
△추천 전양준〓케냐의 자연을 웅장한 스케일로 묘사한 영화. 영화 ‘비욘드 사일런스’로도 잘 알려진 린크 감독은 신작을 낼 때마다 아카데미 외국어 영화상 후보에 오를만큼 세련된 연출을 보여준다.
★바보들의 배(일본·2002·아시아 영화의 창)
힘들게 살아가는 두 연인의 이야기를 담은 블랙코미디. ‘오늘, 흐림’(1999)으로 각종 국제영화제에 초청된 노부히로 야마시타 감독의 두 번째 작품. 다이수케와 히사코는 건강음료 사업에 실패하자 고향으로 내려와 재기를 꿈꾼다. 그러나 가족마저 이들의 사업에 흥미를 보이지 않자 좌절한 이들은 세월을 낭비한다. 영어제목 ‘No One’s Ark’
△추천 김지석〓‘박장대소’하게 만들지는 않으나 페이소스가 묻어있는 코미디. 오사카를 활동 근거로 삼는 노부히로 감독은 일본 코미디 영화의 대표주자 야구치 시노부나 사부와는 또 다른 스타일의 코미디를 보여준다.
★뻐꾸기(러시아·2002·월드시네마)
1944년 9월 2차 대전이 끝나기 며칠 전 핀란드 저격수 빌리는 소련군에게, 소련군 장교인 이반은 핀란드군에게 인질로 잡혀 있다 탈출한다. 이들은 사미족 여인 아니의 농장에 숨어든다. 이 곳에서 이들은 적이 아닌 단지 남자에 불과하다. ‘뻐꾸기’는 2차 대전 당시 러시아군에게 큰 타격을 입힌 핀란드 저격수를 일컬었던 말. 영어제목 ‘The Cuckoo’
△추천 전양준〓영화 ‘검문소’로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은 알렉산드르 로고슈킨 감독은 전쟁을 소재로 한 영화에 강하다. 인류 평화에 대한 염원을 한 여인을 둘러싼 삼각관계를 통해 따뜻하게 그려냈다.
★사라진 총(중국·2001·새로운 물결)
작은 마을의 경찰관 마샨은 어느날 자신의 총과 총알이 없어졌음을 발견한다. 마샨의 첫사랑 리 지아오멩이 시체로 발견되고 그가 잃어버린 총알이 현장에서 발견된다. 그는 자신에게 원한을 품고 있는 지역 유지 주 지아오강을 용의자로 생각하지만 조사를 거듭할수록 사건은 복잡하게 꼬인다. 루촨 감독. 영어제목 ‘The Missing Gun’
△추천 김지석〓중국의 자본주의가 도입된 이래 독립영화 감독들은 주로 중국의 외향적 변모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나 루촨 감독은 중국인의 정체성 혼란을 사라진 총을 매개로 그려냈다.
★샌드위치 맨(대만·1983·대만 특별전)
허우샤오시엔, 완렌, 증주앙샹 감독이 만든 옴니버스 영화. ‘샌드위치 맨’은 이중 허우샤오시엔 감독 작품의 제목이다. 광대분장을 한 채 영화 포스터가 그려진 나무판을 목에 걸고 영화를 홍보하는 샌드위치 맨의 비애를 그렸다. 이외 증주앙샹 감독은 ‘비키의 모자’를, 완렌은 ‘사과맛’을 연출했다. 영어제목 ‘The Sandwich Man’
△추천 김지석〓흔히 대만 뉴웨이브 영화의 원형을 ‘광음적고사’로 보지만 나는 이 영화라고 본다. 스타일의 혁신면에서 ‘광음적고사’보다 낫다.
★셉템버 일레븐(프랑스·2002·오픈시네마)
프랑스 ‘카날 프로덕션’이 켄 로치(영국), 숀 펜(미국), 이마무라 쇼헤이(일본) 등 전세계 11명의 유명 감독들에게 의뢰해 9.11사태와 관련된 견해를 담은 옴니버스 영화. 각각 11분 9초 1프레임(11’09’’01·2001년 9월11일이란 뜻으로 테러 발생일을 가리킴)의 영화로 만들라는 것 이외에는 아무런 조건이 주어지지 않았다. 원제 ‘11’09’’01-September 11’
△추천 전양준〓단연 올 최고의 화제작. 올해 베니스영화제에서 국제평론가협회상을 수상했다. 각 대륙을 대표하는 국제적인 감독들이 참여해 9.11테러에 대한 각기 다른 정치관을 접할 수 있다.
★신의 간섭(프랑스/모로코/독일·2002·비평가주간)
팔레스타인에 사는 이스라엘 청년과 팔레스타인 여인의 사랑을 그린 영화. 정치적 상황 때문에 이들의 사랑은 끊임없이 방해받으나 서로 사랑을 지키기 위해 치열하게 투쟁한다. 엘리아 술레이만 감독. 영어제목 ‘Divine Intervention’
△추천 전양준〓다큐멘터리를 가미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갈등 상황에 생생함을 더했다. 영화 후반 팔레스타인 ‘닌자’와 이스라엘 비밀요원의 전투 장면은 풍자와 유머로 가득해 정치에 무관심한 관객도 아우른다.
★아름다운 시절(대만/일본·2002·아시아 영화의 창)
타이페이 근교에 사는 19세 웨이와 지에는 성격은 정반대지만 가장 친한 친구. 두 사람은 폭력조직에 들어가 수금원으로 일한다. 지에는 라이벌 조직에 수금하러 갔다가 엉겁결에 그곳 보스를 죽이고 쫓기는 몸이 된다. 장초치 감독. 영어제목 ‘The Best of Times’
△추천 김지석〓대만 뉴웨이브 영화들은 리얼리즘에 집착하나 이 영화는 뉴웨이브 전통을 이으면서도 감독의 상상력을 가미했다.
★포로, 기다림(이란·2002·와이드 앵글)
18년간 포로수용소에 감금된 한 죄수의 내레이션으로 진행되는 다큐멘터리. 부인이 임신했을 때 잡혀온 포로는 한 번도 얼굴을 본 적이 없는 자녀에게 계속 편지를 쓴다. 모함마드 아흐마디 감독. 영어제목 ‘Captive, Waiting’
△추천 김지석〓엄청난 비극을 서정적으로 그려낸 영화. 오랜 수감 생활의 무료함과 기다림에 지친 포로들의 일상을 담담한 필치로 그려내 인간과 삶의 가치를 일깨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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