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전평]진갑용 “뭐에 홀렸나”

  • 입력 2002년 11월 8일 23시 06분


방망이? “안돼.” 마운드? “안돼.” 그렇다면 전력의 약세를 커버할 만한 무기로 들고나올 수 있는 것은? 바로 빠른 발을 이용한 기동력.

LG가 대구원정 2차전에서 승리를 거둔 것도 유지현의 2루 도루 뒤에 나온 이병규의 적시타 때문. 경기를 단숨에 뒤집을 만한 장타력을 보유하고 있지 못한 LG로선 기동력을 이용해 상대 내야를 헤집는 게 유일한 해결책이다.

8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LG는 이 점을 120% 활용했다. 0-2로 뒤진 1회 이종열의 2루 도루로 동점의 발판을 마련했고 4-4로 팽팽한 6회에도 2사후 2루타를 치고 나간 유지현이 아무도 예상치 못한 3루 도루로 상대를 교란시켰다.

잇따른 도루작전에 당황한 것은 삼성 배터리. 삼성 투수들은 1회와 3회, 6회에 차례로 폭투로 실점의 빌미를 줬다. 하지만 그 이면엔 세 차례의 원바운드 공을 제대로 잡아내지 못한 포수 진갑용에게도 책임이 있었다.

원바운드 공일 때는 몸의 중심으로 막아내 일단 볼을 앞으로 떨어뜨려 놓는 게 기본. 진갑용은 상대주자들의 기동력에 정신을 빼앗겼는지 번번이 원바운드 공을 뒤로 빠뜨렸다. 폭투가 나올 때마다 실점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진갑용의 미숙한 블로킹 능력은 삼성에 가장 아쉬운 점이었다.김상수기자 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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