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운 미래의 ‘홈 네트워크’ 주방

  • 입력 2002년 11월 11일 17시 16분


홈 네트워크 기술의 발달로 커다란 변화를 눈앞에 둔 주방. 인터넷과 연결된 ‘지능형’냉장고와 전자렌지.동아일보 자료사진
홈 네트워크 기술의 발달로 커다란 변화를 눈앞에 둔 주방. 인터넷과 연결된 ‘지능형’냉장고와 전자렌지.동아일보 자료사진
홈 네트워크의 최첨단 기술이 주방까지 파고들어왔다. 정보기술(IT)과는 별다른 관계도 없을 것 같은 부엌은 막상 홈 네트워크로 가장 큰 변화를 맞고 있는 무한한 정보활용의 공간.

도대체 썰고 다지고 끓이고 조미료를 넣는 것과 정보기술이 무슨 상관이 있다는 것일까. 구체적으로 뭐가 어떻게 바뀐다는 것일까. 부엌용 식칼과 리모콘을 동시에 쥐게 될 ‘안주인’들을 위해 홈 네트워크가 일반화될 미래 사회의 주방을 살짝 들여다보자.

2003년 X월X일 오전 7시. 아침잠이 덜 깬 주부 김모씨를 위해 원두커피 메이커의 물이 끓기 시작한다. 몇 분 전 기지개를 켜는 김씨의 목소리를 인식해 자동으로 커피가 만들어진 것이다. 전기밥솥은 침실에서 컨트롤해 스위치를 눌렀다.

가벼운 아침식사로 아이들을 학교에 보낸 뒤 TV 홈쇼핑으로 실내 운동기구와 필요한 물품 몇 가지를 산다. TV리모컨으로 필요한 물품 수를 입력했더니 자동으로 집주소를 인식해 제품이 배달됐다.

오후 5시. 저녁식사를 준비할 시간이다. 냉장고가 안에 들어 있는 재료를 인식해 요리 가능한 메뉴를 추천해 준다. 우유와 계란 등 부족한 식품은 인터넷을 통해 미리 주소가 입력된 근처의 상가에 자동으로 주문된 상태.

추천메뉴 말고 뭔가 새로운 음식을 만들어보고 싶다. 김씨는 냉장고 위에 붙어 있는 웹패드에서 요리법를 검색해 본다. 이 때 근처 상가에 물 좋은 생선이 들어왔다는 정보가 팝업 창으로 떴다. 김씨가 선택한 오늘의 요리는 생선조림과 매운탕. 곧바로 간장 3큰술, 양파 1개, 다진 마늘 등 재료와 요리법이 화면에 나타났다. 이 조리법은 가족 개개인의 건강상태에 맞춰 컴퓨터가 작성한 것. 최근 혈당량이 높아진 남편을 위해서 설탕은 적게 쓰라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변기에 앉아 용변을 보는 것만으로 체중과 체지방률, 당뇨치가 자동 측정됐다. 지글지글 생선을 양념에 조리고 있을 때쯤 전화가 걸려온다. 회의 때문에 조금 늦겠다는 남편의 목소리. 김씨는 요리를 하면서 냉장고에 달린 웹패드 화면과 카메라로 3분 정도 화상 대화를 계속했다.

일부 반찬은 전자레인지로 가볍게 해결. 인터넷으로 음식의 조리법을 전송받아 자동으로 요리해 주는 인터넷 전자레인지 덕분이다.

영화에나 나올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홈 네트워크에 필요한 기술은 상당 부분 개발이 완료된 상태. 언제 일반인도 이용할 수 있을 정도의 가격으로 상용화되느냐가 문제다.

삼성전자 디지털솔루션센터 은경 과장은 “아직 시장이 작아 기술 상용화가 되지는 못했지만 홈 네트워크는 휴식공간의 의미만을 갖고 있던 가정을 첨단 정보혁명의 기지로 탈바꿈시킬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정은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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