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냉정하게 말하자면 인권위가 검찰 경찰 교도소 등 수사기관과 교정시설에서 벌어지는 인권 유린 행위에 대해 감시하고 시정한 노력이 얼마만큼 이뤄졌는지 의문이다. 검찰청사에서 고문치사가 벌어진 뒤에 뒷북치는 조사나 하고 세미나를 여는 것은 인권위의 위상에 걸맞지 않다. 개별 인권침해 사건의 구제, 교과서의 반인권적 표현에 대한 개정 요구 등 노력이 있었다고 주장할지 모른다. 그러나 한시 기구로 출범했던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의 활동상과 비교하더라도 170명의 공무원이 근무하는 기구로서 인권위가 합당한 성과를 보여주었다고 할 수 없다.
김창국 위원장이 장관급 공무원의 국외여행 규정을 지키지 않고 출장을 갔다가 청와대로부터 경고를 받자 독립기구 운운하며 항변한 것도 볼썽사납다. 독립은 부당한 압력이나 간섭으로부터의 독립을 말한다. 국정의 효율적 운영을 위해 장관급 공무원의 해외 출장과 관련한 사전 조율은 당연한 일이다. 인권위는 외교통상부에서 관용여권을 발급받으면서 위원장의 국외 여행은 대통령 허가 대상이 아니라는 해석을 들었다고 하나 이것은 주무 부서인 행정자치부나 청와대에 확인했어야 할 사안이다. 이 문제로 인권위가 정부와 갈등을 빚는 것이 더 큰 잘못이다.
인권위는 공무원과 같은 신분 보장을 받고 예산 지원을 받는 국가기구이다. 국가기구로서의 권리를 누리면서 의무는 안 지키고 시민단체처럼 행동하는 것은 스스로의 위상을 떨어뜨리는 일이다. 인권위는 출범 1주년을 맞아 그 위상과 활동에서 국민이 존재 필요성을 인식할 수 있도록 확실한 자리매김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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