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주말시대]베키오 다리위의 금세공 장인들

  • 입력 2002년 11월 21일 16시 41분


피렌체 곳곳에서 판매되는 피노키오 인형. 동화 속의 제페트 할아버지같은 솜씨좋은 장인들이 지금도 피렌체에서 공방을 운영하고 있다./사진제공 캠프

1883년에 간행된 동화 ‘피노키오’의 작가 콜로디(본명 카를로 로렌치니)는 피렌체 사람이다. 르네상스의 천재들 외에도 피렌체에는 알려지지 않은 장인들이 많았다. 아마도 콜로디는 피렌체의 장인들을 보면서 피노키오를 만든 제페트 할아버지의 모습을 쉽게 상상할 수 있었을 것이다.

지금도 피렌체 거리를 걷다보면 그런 장인들을 만날 수 있는 곳들이 많다. 아르노강을 가로지르는 베키오 다리 위의 금세공점들이 그 중 하나이다. 베키오 다리는 피렌체에서 가장 오래된 다리로 1345년에 세워졌다. 2차 대전 때 파괴되지 않은 유일한 다리로, 본래 이곳에는 푸줏간, 가죽 처리장, 대장간 등이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1593년 이 지역의 군주였던 대공 페르디난도 1세가 시끄럽고 악취가 난다는 이유로 이들을 몰아내면서 작업장들이 다시 지어졌다. 그 전보다는 좀 더 품위있는 직종인 금세공업자들이 세들었는데 그때 이래로 지금까지 금세공 상점들이 다양한 보석들을 취급하고 있다. 특히 금세공기술이 발달한 이탈리아의 수공예 제품들이 눈길을 끄는데 3색 체인이나 유색 보석을 세공한 작은 장신구들은 여행자들이 제일 좋아하는 쇼핑 아이템이기도 하다. 오래 전부터 화가와 조각가, 금세공사가 각자의 공방을 갖고 관광객들을 상대로 솜씨자랑을 했던 전통이 지금까지 이어지는 것이다.

영화에서도 금세공사인 벤베누토 첼리니(1500∼1571)의 작품이 시뇨리아 광장 장면에서 클로즈업된다. 바로 첼리니가 토스카나의 대공 코시모 1세의 주문으로 만든 ‘메두사의 머리를 손에 든 페르세우스’라는 조각상.

청동의 이 조각상은 꿈틀거리는 근육과 다부지게 칼을 쥔 전사의 모습을 생생히 표현해낸 걸작이다.

베키오 다리 아래로 흐르는 피렌체의 젖줄 아르노강은 도심의 주요 명소들을 관광객들에게 내 준 피렌체인들의 진정한 휴식처이다. 햇빛 좋은 날 이곳으로 가면 삼삼오오 몰려 한낮의 햇살을 즐기는 여유로운 피오렌티나와 피오렌티노를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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