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안선’은 과거 김기덕 감독의 작품과 비교할 때 ‘엽기’코드가 다소 완화된 대신 주제의식을 분명히 드러내 “전작에 비해 지루하다”는 평과 “덜 부담스럽다”는 평이 엇갈리고 있다.
‘해안선’은 외딴 섬에 배치된 ‘박쥐부대’소속 강상병 (장동건)이 민간인을 간첩으로 오인해 사살한 뒤 광기에 사로잡히는 이야기를 다뤘다. 죽은 민간인의 애인 미영(박지아)은 충격으로 미쳐 부대 주변을 맴돌며 병사들의 성적 노리개가 된다. 강상병도 정신이상 증세를 보여 의가사 제대하지만 사회로 돌아가지 못하고 부대 주변에 나타나 문제를 일으킨다.
김기덕 감독은 이 영화를 통해 한반도가 아직 ‘휴전’상태에 있으며 ‘안보’라는 이유로 우리를 가두고 있는 울타리를 관객에게 상기시키고 싶다고 했다.
“우리의 유전자를 가진 후세들에게는 적어도 그 울타리를 걷어줘야 한다. 총성없는 전쟁 속에 가해자가 피해자가 되고 피해자가 가해자가 되는 아이러니를 그렸다. 질곡의 역사가 안고 있는 상처를 보듬어주고 싶었다.”
극중 주인공이 벌이는 파격적 행동은 전작에 비해 설득력 있게 전개되지만 관객에게 불편함을 던져주는 김 감독의 얄궂은 취향은 여전하다. 미영의 임신사실을 알게 된 병사들이 아이를 낙태시키는 장면 등이 그런 것들이다.
“‘쓰레기’같은 대중적 영화의 논법을 따르고 싶지 않다. 난 내 영화보다 재미있는 영화를 본 적이 거의 없다.”
그러나 당초 영화 마지막 부분의 자막에 ‘한반도의 평화통일을 기원한다’는 문구를 넣을만큼 (개봉작에서는 삭제됐다) 김 감독은 곳곳에 주제를 선명하게 드러내 마치 관객들에게 ‘강요’하는 듯한 인상을 준다.
김기덕 감독은 국내보다 유럽에서 더 각광받는다. 이에 대한 김 감독의 설명.
“영화는 애시당초 유럽이 제시한 문법이다. 서구에는 다양한 관점이 존재하기 때문에 내 영화를 이해해주는 일부의 시선이 인정받는 것 같다. 한국에는 유럽의 문법이 서기 전 할리우드의 문법이 먼저 섰다. 그로인해 내 영화가 낯설게 느껴질 것 같다.”
이 영화는 마이너 감독(김기덕)과 메이저 배우(장동건)의 결합으로 기획단계부터 화제가 됐었다.
“장동건은 ‘배우’로서 자기 이미지를 업그레이드시키고 싶었고 나 역시 흥행에 대한 욕심이 없지는 않았을 것이다. 장동건이라는 배우의 손짓에 의해 내 영화를 한 사람이라도 더 접하게 된다면 기쁜 일이다.”
김수경기자 sk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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