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진스님의 山寺이야기]창호지에 풀칠하며 마음도 분주

스님들이 문풍지를 바르기위해 풀칠을 하고 있다.현진스님제공

겨울채비 준비로 산중이 분주하다. 화초가 얼지 않도록 짚이나 겨로 감싸주어야 하고, 더 추워지기 전에 김장도 해야 하고 메주도 쑤어야 한다.

산에서는 삼동(三冬)추위가 본격적으로 닥치기 전에 마칠 일이 참 많다. 예부터 아궁이에 장작더미 쌓여 있고 장독에 양식이 그득하면 산사의 겨울은 걱정이 없다는 말이 있는데, 그만큼 겨우살이 준비가 완벽해야 마음 든든하다.

작은 일이긴 하지만, 문풍지 바르는 작업도 겨울 채비 가운데 하나다. 문틈을 막지 않으면 한 겨울 불어 오는 황소바람을 당해내기 어렵다. 아마도 산중에서 겨울을 지내 본 이들은 틈새로 들어 오는 그 서늘한 한기를 경험해 보았을 것이다. 특히 눈보라가 칠 때는 문틈의 바람도 살을 에는 추위다.

문풍지는 방풍과 아울러 보온을 효과적으로 하는 기능을 한다. 한옥 집 구조에서는 문풍지를 바른 것과 바르지 않은 것의 차이는 유리창 하나를 덧댄 것과 같다. 그래서 문풍지를 바르고 나면, 머리맡의 외풍도 다스려지고 밖에서 들어오던 흙먼지도 앉지 않는다.

문풍지는 풀을 많이 묻히고 튼튼히 붙이는 것이, 비바람에도 떨어지지 않고 손 구멍도 잘 나지 않게 하는 비결이다. 또한 두꺼운 창호지를 써야 겨울 내내 여닫아도 헐지 않는다. 그리고 출입하지 않는 문은 바깥쪽에서 비닐로 쳐주면 열 손실을 더 단단히 막을 수 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창호지로 사방팔방 문을 도배하듯 다 발라도 답답하지 않다는 점이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이는 한지(韓紙)의 역할과 정서 때문이 아닐까 싶다. 한지는, 비닐과 달리 수축작용을 하므로 방안의 습도를 조절하고 공기를 환기시키는 역할도 하며 공간정서를 따뜻하게도 한다. 겨울 날 창호지에 햇볕이 배여 들면, 아기자기한 정감이 저절로 일어나고 때로는 소소한 기분에도 젖지 않는가.

문풍지 하나만 발랐는 데도 새 방처럼 느껴지고 기분도 달라진다. 마치 마음의 틈을 손질한 것처럼 내면의 뜰도 맑고 고요하다. 이제 겨울밤이면 문풍지 떨리는 소리가 간간이 들릴 것이다. 그 소리에 쉬 잠들지 못하고 몸을 뒤척이는 고독하고 심약한 그 같은 수행자가 아니었으면 좋겠다.

해인사 포교국장·buddha1226@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