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반응, 李후보 인신공격 일관 명백한 선거법 위반

  • 입력 2002년 11월 23일 01시 10분


한나라당은 민주당 노무현, 국민통합21 정몽준 대통령후보간 TV토론의 효과를 평가절하했다.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를 겨냥한 흠집내기에 주력하느라 노, 정 후보의 경쟁력을 드러내지 못했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두 후보가 토론 첫 주제인 ‘후보단일화’ 부분은 조금만 논의한 뒤 곧바로 ‘이회창 후보가 대통령이 돼서는 안 되는 이유’로 주제를 바꿔 이 후보를 맹공한 데 대해 매우 불쾌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정 후보는 “이 후보는 나이가 많고 지역감정에 의존하는 인물로 남북관계를 악화시킬 것이다. 또 증오와 보복의 정치에 의존하고 독선이 심하다”고 직격탄을 날렸고, 노 후보도 “국제통화기금(IMF) 위기를 불러온 한나라당이 다시 정권을 잡아서는 안 된다”고 가세했기 때문.

이에 대해 남경필(南景弼) 대변인은 “그럴 줄 알고 우리가 반대했던 것이다. 진정한 정책토론을 기대했는데 서로 헐뜯고 이 후보에 대한 인신 공격을 퍼붓는 데 대부분의 시간을 허비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 “이 같은 명백한 선거법 위반에 대해 선관위는 강력히 조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양휘부(梁輝夫) 후보공보특보는 “이날 방송은 중앙선관위가 불법 사전선거운동을 묵인하고 이 후보에 대한 비방을 방치한 것으로 직무 유기에 해당된다. 편성권을 포기한 방송사들도 불법 선거운동에 책임이 있다”고 강력히 비난했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두 후보가 TV토론 중 확연히 다른 이념적, 정치적 지향점을 드러냄으로써 단일화의 부당성을 확인시켜주는 절호의 기회가 됐다고 평가했다.

이 후보의 한 측근은 “단일화를 하겠다는 사람들이 희망과 감동의 메시지를 주기는커녕 한치의 양보도 없이 으르렁대는 모습만 보였다”며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단일화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급속히 퍼져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단일화의 시너지 효과가 이번 TV토론으로 상당히 감소될 것이라는 전망이었다.

두 후보의 TV토론 경쟁력에 대한 한나라당의 평가는 엇갈렸다.

남 대변인은 “노 후보는 일반 국민을 목표로 했던 것 같고, 정 후보는 반 이회창 세력을 상대로 연설한 것 같다”며 “반 이회창 표심 공략을 노린 정 후보의 공략이 주효한 듯하다”고 평가했다.

반면 이재오(李在五) 의원은 “두 후보가 서로의 약점 들추기에 급급한 것이 자질을 의심스럽게 했다”면서도 “전반적으로 노 후보가 설득력 있게 얘기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종훈기자 taylor55@donga.com

박민혁기자 mh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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