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프로야구]‘서니’에게 햇살이…

  • 입력 2002년 11월 28일 17시 39분


메이저리거 김선우(25·몬트리올 엑스포스)를 볼때마다 떠오르는 이미지는 ‘어린 왕자’다. ‘서니(햇살)’라는 별명답게 항상 밝은 표정에 동안인 얼굴…. 그런 그가 거친 미국 프로야구 생활을 잘 견뎌낸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하지만 앳된 이미지를 가진 그가 어떻게 빅리그에서 통할 수 있는 지에 대한 궁금증은 그를 만나 얘기를 나누면서 금방 풀렸다.

김선우가 귀국한 것은 지난달 1일. 그는 귀국하자마자 2주일 동안 집에서 앓아 누웠다고 했다. “시즌 중반부터 팔꿈치가 너무 아팠어요. 하지만 올 7월 보스턴 레드삭스에서 몬트리올로 이적한 뒤 뭔가 보여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기회는 아무 때나 오지 않죠. 내년 시즌을 위해선 감독에게 ‘눈도장’도 찍어야 되잖아요. 시즌막판 선발로 등판하면서 이를 악물고 던졌어요. 정신력으로 버틴 거죠.”

김선우는 몬트리올로 이적한 뒤 4경기에서 20과 3분의 1이닝 동안 단 두 점밖에 내주지 않고 1승 평균자책 0.89로 눈부신 피칭을 선보였다. 98년 고려대 2년을 중퇴하고 미국 프로야구로 진출한 뒤 3년 동안 마이너리그에서 온갖 설움을 겪으며 ‘눈물 젖은 빵’을 먹었던 김선우는 내년 시즌부터 ‘풀타임 메이저리거’로 도약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미국 프로야구엔 눈에 보이지 않는 ‘차별’이 있어요. 다른 나라에서 왔기 때문에 겪어야 하는 ‘통과의례’인 셈이죠. 그때마다 마음 속으로 다짐한 게 바로 ‘실력’이었습니다. 내게 실력이 있다면 아무도 날 못 건드린다고 되뇌었어요.”

김선우 하면 유명한 일화가 일본인 투수 오카 도모카즈(26)와의 한판 대결이다. 보스턴 시절 김선우는 오카와 두 차례 주먹다짐을 한 적이 있다. “오카가 먼저 날 건드렸습니다. 인간적인 모멸감을 참을 수 없어 두 번 붙었죠. 한 번은 야구장에서, 한 번은 호텔에서였어요. 그런데 몬트리올로 트레이드돼서 다시 ‘한솥밥’을 먹게 되다니 이런 ‘악연’이 또 있을까요. 지금은 서로 신경 안 쓰고 지내요. 자기 할 일만 하면 서로 간섭할 일 없잖아요.”

김선우는 한국에 돌아온 뒤 두 달간을 거의 운동과 낚시로 보냈다. 미국에서 취미생활로 시작한 낚시는 그의 외로움을 달래는 유일한 ‘낙’이 되어버렸다. 요즘도 친구들과 함께 한강에 나가 낚시를 하는 게 커다란 즐거움이라고 한다.

그에게 한 가지 질문을 던졌다. “메이저리그에서 어떤 투수가 되고 싶으냐”고. 그러자 그는 “팀에서 꼭 필요한 선수가 되고 싶다”고 했다. “몇 승을 올리는 것은 별 의미가 없고 다만 팀에서 존재가치를 인정받는 선수로 남고 싶어요.”

김선우는 내년 초 미국으로 다시 떠나 스프링캠프(올랜도)에 참가한다. 그리고 4월 대망의 2003메이저리그의 막이 오른다. 시속 150㎞를 넘나드는 빠른 직구, 여기에 춤추는 커브와 슬라이더. 박찬호(텍사스 레인저스) 김병현(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에 이은 또 하나의 아메리칸 드림이 그를 기다리고 있다.

◇김선우는…

▽생년월일〓1977년 9월4일

▽신체조건〓1m85, 85㎏

▽출신교〓휘문고, 고려대 2년 중퇴

▽경력〓94년 캐나다 세계청소년야구대회 최우수선수. 98년 계약금 125만달러에 보스턴 레드삭스와 계약해 미국 프로야구 진출. 올해 7월 보스턴 레드삭스에서 몬트리올 엑스포스로 트레이드

▽메이저리그 성적〓2001년 20경기 3패 평균자책 5.83. 2002년 19경기 3승 평균자책 4.74

김상수기자 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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