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자리를 잃어가는 재래시장〓1일 오후 성북구 길음동 길음시장. 240여개 점포가 대부분 문을 열었지만 손님이 거의 없어 분위기는 썰렁했다.
시장 골목길의 낡은 지붕 천막은 찢어진 채 바람에 펄럭거렸고 거미줄처럼 얽힌 전깃줄은 점포 천장을 어지럽게 뒤덮고 있었다.
주부 이경자(李京子·45)씨는 “야채나 고기 등 간단한 반찬거리를 사기 위해 가끔 시장을 찾지만 화장실과 주차장이 없어 불편한 적이 많았다”고 말했다.
시민들이 할인점과 백화점으로 발길을 돌리면서 길음시장은 현재 시장 기능이 거의 정지된 상태. 한때 좌판 하나에 몇천만원까지 권리금이 붙을 정도로 장사가 잘 됐지만 이젠 점포에도 권리금이 거의 없는 실정이다. 문을 닫고 떠나는 상인들도 하나 둘 늘고 있다.
서대문구 홍제시장도 사정은 마찬가지. 현재 재건축 승인을 받고 사업을 추진 중인 이 시장도 전체 100여개 점포 중 30여개가 문을 닫았다.
서울에는 현재 312개(등록 200개, 무등록 112개)의 재래시장이 산재해 있지만 전체 점포(3만4274개) 가운데 3743개(11%)가 폐업한 상태다.
▽재래시장을 살린다〓서울시는 낙후된 시설과 영업모델을 개선해 재래시장을 활성화하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우선 일반주거지역과 준주거지역에 위치한 시장을 재건축 또는 재개발할 때 상가 건물을 높이 지을 수 있도록 용적률을 대폭 올려주는 쪽으로 도시계획 조례를 개정키로 했다. 내년 초부터 일반주거지역은 500%까지(현행 400%), 준주거지역은 600%까지(현행 450%) 용적률이 허용된다.
재래시장 재건축, 재개발을 촉진하기 위한 보조금도 지원된다. 100억원 안에서 전체 사업비의 75%까지 융자를 알선받을 수 있다. 연리 5%에 5년 거치 10년 분할상환 조건.
올해 68억원이 지원된 환경개선사업 무상지원금 규모도 내년에는 178억원으로 늘어난다. 1개 시장이 7억2000만원까지 지급받을 수 있다.
재래시장의 경영 현대화를 위해 내년부터 남대문, 동대문시장에 ‘통합 콜센터’(인터넷 또는 전화를 통해 공동으로 주문받고 배달하는 체계)가 도입된다. 시장별로 1억4000만원까지 지원받을 수 있다.
▽재래시장 재건축, 재개발 활기〓재래시장에 대한 다양한 지원책이 마련되면서 상인들의 기대도 커지고 있다.
길음시장 공태식(孔兌植) 환경개선사업추진위원장은 “가만히 앉아 문닫을 날만 기다리던 상인들이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됐다”며 “먼저 시설을 개선해 시장 기능을 회복한 뒤 재개발을 추진하자는 것이 상인들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서울시 이정호(李廷浩) 재래시장대책반장은 “재건축, 재개발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상인들 간에 의견이 잘 모아지지 않으면 시가 시장 발전 방향에 대한 연구용역을 외부 전문기관에 의뢰해주는 지원책도 있다”고 말했다.
시는 129개 시장을 대상으로 내년부터 2006년까지 재건축 또는 재개발 사업을 시행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태훈기자 jefflee@donga.com
▼재래시장 재건축 재개발 추진 절차▼
①재건축, 재개발 사업계획서 신청(시군구 지역경제과)
→②시군구, 사업계획 공고 후 주민의견 수렴 및 종합 검토의견서 작성
→③광역시도 경유
→④산업자원부 산하 중소기업청 심의위원회 심의
→⑤승인 공고
→⑥시군구 통보
→⑦건축허가(재래시장 규모에 따라 광역시도 또는 시군구)
→⑧시공사 선정 후 공사 착공
구비 서류:사업계획서, 시장 명칭 및 소재지 등을 기재한 현황, 시장등록증, 토지소유자와 건물소유자의 재건축 재개발 동의서, 토지소유자 현황 등 각 1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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