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3월 LG그룹이 그룹 수준으로는 한국에서 처음으로 지주회사(持株會社) 체제로 재편될 예정입니다. 99년 구조조정의 유력한 지렛대로 국내에 도입된 지주회사제는 장점이 많아 앞으로도 더욱 확산될 것으로 보입니다.
-지주회사란 무엇인가요?
“지주회사란 말 그대로 다른 회사의 주식을 갖고 있으면서 그 회사의 사업을 지배하는 회사를 말합니다. 순수지주회사와 사업지주회사 두 가지 형태가 있습니다. 순수지주회사는 제조 유통 판매 등 통상적인 기업활동은 하지 않고 경영전략을 수립하고 사업 자회사를 지휘하는 일만 합니다. 사업지주회사 또는 혼합지주회사는 자기 사업을 하면서 지주회사 기능을 함께 하는 회사를 말합니다. 서로 지분을 나눠 갖고 한 가족처럼 똘똘 뭉쳐 있는 한국의 재벌이나 대기업은 사업지주회사의 한 형태로 분류됩니다.”
-지주회사 제도는 어떻게 만들어졌지요?
“나라마다 배경이 다 다릅니다. 미국의 경우 19세기 말 유행한 트러스트(힘있는 기업끼리 뭉쳐서 가격을 마구 올리는 협의체)에 대한 연방정부와 주 정부의 규제를 피하기 위한 방편으로 도입됐습니다. 독일에서는 1970, 1980년대에 구조조정을 수월히 하기 위해 도입했습니다.
한국에서는 일본에서 나타난 기업집중의 폐해를 막는다는 취지로 1986년 공정거래법에 ‘지주회사를 허용하지 않는다’는 조항을 뒀습니다. 하지만 실상은 그 전후로도 많은 대기업들이 지주회사 형태로 움직였습니다. 그러다가 외환위기 이후 구조조정을 원활히 하기 위한 목적에서 제한적으로 허용했습니다.”
-지주회사가 구조조정을 원활히 할 수 있는 이유는 뭐죠?
“지주회사제를 도입하면 복잡하게 얽혀 있는 대기업과 재벌의 지분구조를 수직적으로 단순화할 수 있습니다. 사업회사의 지분을 떼서 팔기도 쉽고 인수해서 붙이기도 쉽습니다.
또한 지분구조가 훤히 눈에 들어오므로 기업투명성이 높아져 외국인들에게서 호평을 받을 수 있습니다. 정부가 지주회사를 허용한 데는 ‘부실금융기관을 지주회사로 묶으면 주가가 올라가서 공적자금을 회수하기가 쉬워진다’는 계산도 작용했습니다.
나아가 재벌 오너 일가의 지분 정리도 간단히 할 수 있습니다. 재벌 그룹의 지주회사제로의 재편은 이처럼 후계 구도 조정을 잡음없이 하겠다는 의지도 들어가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단점은 없나요?
“지주회사제가 성공하려면 사업 자회사를 잘 관리하고 조율 할 수 있는 고도의 경영능력이 필요합니다. 이런 것이 없으면 지주회사는 그저 옥상옥(屋上屋)이 될 수도 있습니다. 국민은행의 김정태 행장은 이 점을 의식해 “지주회사를 만들지 않겠다”고 여러 차례 밝힌 바 있습니다. 또한 지주회사 스스로가 돈을 잘 벌지 못하면 영향력이 떨어질 우려가 있습니다. 현재 한국 지주회사의 수익기반은 사업자회사들로부터 받는 배당금과 지분거래에서 나오는 차익이 거의 전부입니다. 경영 컨설팅 능력이나 브랜드 파워를 키워서 새로운 수익원을 찾는 것이 과제입니다.”
이철용기자 lc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