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데미상은 언제나 옳은가? 미국 연예주간지 ‘엔터테인먼트 위클리 (EW)’ 최근호는 ‘오스카가 무시한 명연기 100’을 선정해 발표했다.
리스트를 보면 “관객들의 문화적 DNA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배우들의 명연기”를 오스카가 온당하게 평가하지 않았다는 게 새삼 놀라울 정도다.
1위는 알프레드 히치코크 감독의 영화 ‘현기증’(1958년)에서 고소공포증에 시달리는 사립탐정 스카티를 연기한 제임스 스튜어트. 죄의식과 성적 욕망, 강박관념 등 정신분석학적 주제를 집요하게 추적한 영화 ‘현기증’에서 스튜어트는 사랑의 감정과 죄책감, 가학적 소유욕 등을 오가는 스카티의 혼란스런 내면을 완벽하게 연기했다.
2위는 역시 알프레드 히치코크 감독의 영화 ‘사이코’에서 미친 살인범 노먼 베이츠를 연기한 앤서니 퍼킨스. 요즘 연쇄 살인범이 등장하는 모든 영화는 ‘사이코’에서 퍼킨스의 연기에 빚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그의 광기어린 연기는 전례없었던 것이다.
오스카가 무시한 명연기 1 ~ 10위 | 순위 | 영화와 배우 |
1 | ‘현기증’의 제임스 스튜어트 |
2 | ‘사이코’의 앤서니 퍼킨스 |
3 | ‘필라델피아 스토리’의 캐리 그랜트 |
4 | ‘카사블랑카’의 잉그리드 버그만 |
5 | ‘정글 피버’의 새뮤얼 잭슨 |
6 | ‘19번째 남자’의 수잔 서랜던 |
7 | ‘대부 2’의 존 카잘 |
8 | ‘오즈의 마법사’의 주디 갈란드 |
9 | ‘뜨거운 것이 좋아’의 마릴린 먼로 |
10 | ‘블루 벨벳’의 데니스 호퍼 |
8위에 오른 ‘오즈의 마법사’의 주디 갈란드는 순수하고 커다란 눈과 강인한 목소리, 테마 송인 ‘무지개 저편으로’를 통해 이 영화가 미국인의 영원한 동화로 기억되는 데에 커다란 역할을 했다.
이 밖에 ‘밤의 열기속으로’의 시드니 포이티에(11위), ‘비열한 거리’의 로버트 드니로 (19위), ‘마이 페어 레이디’의 오드리 헵번(25위), ‘수색자들’의 존 웨인(28위), ‘닥터 지바고’의 줄리 크리스티 (34위), ‘영광의 길’의 커크 더글러스 (46위), ‘풀 메탈 재킷’의 빈센드 도노프리오(69위), ‘발몽’의 아네트 베닝(84위), ‘조지아’의 제니퍼 제이슨 리 (88위)등이 이 영화들에서 보여준 연기로 오스카를 받아야 마땅하나 외면당한 배우들로 꼽혔다.
2000년 이후 제작된 영화들 가운데 ‘오스카가 무시한 명연기’ 100위 안에 든 연기자들은 ‘디 아더스’의 니콜 키드만 (39위), ‘물랑 루즈’의 이완 맥그리거 (59위), ‘와호장룡’의 양쯔충 (楊紫瓊·64위). 또 강렬한 캐릭터를 실감나게 연기해낸 ‘진지파’ 배우들이 대부분 순위 내에 들었지만, 코미디 배우 에디 머피도 ‘너티 프로페서’로 94위에 올랐다.
EW가 함께 선정한 ‘소품 명연기 베스트 5’도 이채롭다. 1위로는 ‘빅 나이트’에서 가족 간의 화해와 사랑을 회복해주는 가교 역할을 한 음식이 꼽혔다. 2위는 ‘펄프 픽션’에 등장하는 서류가방. 등장인물들의 삶을 뒤죽박죽으로 만들어놓는 매개가 되지만, 정작 그 안에 뭐가 들어있는지는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을 제외하곤 아무도 모른다.
김희경기자 susan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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