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겠다”
“너는 막내딸이라고 귀여움만 받고 자라서 걱정이다”
“걱정마라”
“…어젯밤에 참말로 불길한 꿈을 꿨다”
“어떤 꿈인데?”
“입에 담을 수 없을 만큼 불길한 꿈이다”
“인유 언니는 쓸데없는 걱정이 많은 사람이니까…걱정 마라, 난 행복할 거다”
인유는 거울 속으로 여동생의 부드러운 눈길을 받으며 눈가를 적셨다.
아침 식사를 끝내자 큰방에 신부의 오빠와 숙부, 동네 남자들이 빙 둘러앉아 신랑 매달기를 시작했다. 한 가운에 앉아 있는 신랑의 두 발이 흰 천에 묶여 있다.
“첫날 밤, 주안상이 맛있더냐?” 새색시의 오빠 준호가 물었다.
“맛있었습니다”
“뭘 먹었느냐?”
“전골하고 전이었나”
“그런 걸 묻고 있는 게 아이다!” 준호는 방망이를 쥐고 신랑의 발을 후려쳤다.
“먹고 남은 거 있으면 이리 내 봐라” 색시의 큰아버지 상조가 손을 내밀었다.
“다 먹었습니다”
“야, 이놈아!” 상조가 방망이로 신랑의 발바닥을 때렸다.
“첫날밤은 어떻게 지냈나?”
갓을 쓰고 하얀 턱수염이 긴 노인이 갈라지는 목소리로 물었다.
“어떻게 지냈냐니…”우철이 우물쭈물했다.
“어떻게 지냈나 말이다!” 노인은 움푹 들어간 눈을 부라리며, 손마디가 불거진 주름과 검버섯 투성이 손으로 부채를 부쳤다.
“마누라 옷을 벗겼습니다” 우철이 대답했다.
“첫날밤은 어떻게 지냈나!” 노인은 부채를 내던지고 방망이를 짚고서 일어섰다.
“정수 할배는 귀가 가느니까 큰 소리로 대답해라” 색시의 숙부 유원이 말했다.
“옷을 벗겼습니다!” 우철이 큰 소리로 대답했다.
“옷 벗기고, 뭘 했나!”
“마누라를 안았습니다!”
“어떻게 안았느냐!”
“에…, 그냥 저…” 우철이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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