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野人’ 선동렬 고민의 계절

  • 입력 2002년 12월 12일 17시 52분


올 겨울처럼 선동렬(39·사진)이란 이름 석자가 크게 느껴진 적도 드물다.

일본프로야구 주니치 드래건스에서 ‘나고야의 수호신’을 그만둔 지 어느새 만 3년. 그동안 한국야구위원회 홍보위원으로 현장을 떠나 있었던데다 지도자 경험조차 전무한 그이지만 사령탑이 바뀌는 팀만 있으면 그의 이름은 어김없이 0순위 후보로 거론됐다. 아예 공개 구애를 한 SK가 그랬고 LG의 짝사랑도 대단했다.

과연 선동렬에게 어떤 마력이라도 있는 것일까.

선동렬은 누구나 인정하는 한국 야구 100년사의 최고 스타. 위로는 ‘불사조’ 박철순과 ‘무쇠팔’ 최동원이 있었고 밑으로는 ‘야구천재’ 이종범과 ‘코리안특급’ 박찬호, ‘라이언킹’ 이승엽이 있긴 하지만 선동렬이 이들과 차별화되는 점은 바로 사람을 끌어들이는 힘. 어릴 때부터 운동만 한 사람이라곤 도저히 믿기지 않을 정도로 뛰어난 머리와 달변, 걸쭉한 전라도 사투리를 섞어가며 처음 만나는 사람조차 전혀 어색하지 않게 해주는 푸근함, 사회에 대한 다양한 관심과 소문난 두주불사…. 이런 것들이 한데 뭉쳐 오늘의 선동렬을 탄생시킨 것이다.

사실 선동렬은 올 겨울 많은 고민을 했다. 계획대로라면 내년 시즌 유학을 갖다온 뒤 내후년 감독으로 화려한 복귀를 하는 것. 굳이 감독으로 못을 박은 것은 코치로 들어갈 경우 해당 팀의 감독이 불편해 할 것을 우려한 때문이었다. 맡을 팀에 대한 그림도 대충 그려놨다.

하지만 올해 감독이 3명이나 바뀌면서 그의 청사진은 차질을 빚기 시작했고 이런 와중에 마음이 흔들리기도 했다. 유학을 갈 경우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의 교육도 문제. 주니치 시절 4년이나 일본에서 학교를 다녔는데 또다시 미국이나 일본으로 이사를 한다면 아이들이 혼란스러워 할 것이 뻔했다.

하지만 선동렬은 다시 마음을 추스렸다. 코치 연수조차 하지 않은 채 사령탑 문제로 시끄러운 팀의 감독을 맡는다면 얻는 것은 하나지만 잃는 것은 둘이라고.

“현재로선 연수팀이 주니치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주니치의 명예선수로서 언제든 제가 갈 수 있는 길이 열려 있죠. 하지만 미국쪽도 알아보고 있는 중입니다. 이 경우 애들은 놔두고 혼자 갈 계획입니다.”

장환수기자 zangpab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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