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 살아보니]우에야마 다케시/˝일류大만 가라?˝

  • 입력 2002년 12월 13일 18시 31분


매년 이맘때면 필자가 일본에서 치렀던 대학 입시가 생각난다. 필자가 입시를 본 1992년은 일본 역사상 최고의 대입 경쟁률을 기록한 해다. 게다가 소위 ‘거품 경제’ 붕괴의 여파로 학생들은 모두 자신이 가고 싶은 학과보다는 취직이 잘 되는 학과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필자 역시 몹시 고민했다. 그러나 결국은 하고 싶은 한일관계 공부를 위해 법학과를 선택했다. 정확하게는 법학부 법률학과 국제관계코스 아시아지역-한일관계 전공이었다.

대학에 들어가서는 정말 재미있게 공부했다. 자신의 필요에 따라 능동적으로 공부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정신적 해방감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나아가 필요한 연구를 할 수 있는 충분한 시설을 학교측에서 제공해주었다. 물론 취직도 잘 되었다. 다만 필자는 전공분야인 한일관계에 대해 더 깊이 연구하고 싶은 마음에 1997년에 한국으로 와 취직을 했지만.

만일 취직만을 의식해 대학에 갔더라면 요즘처럼 공부가 재미있어 어쩔 줄 몰라하는 필자는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런 점에서 학과 선택은 참으로 중요하다. 이런 선택이 가능했던 것은 부모님과 선생님의 전적인 신뢰와 도움 덕분이었다. 아무도 일류대에 가기를 권하지 않았다. 오히려 필자가 하고 싶은 공부를 할 수 있는 대학에 관한 정보를 제공해주었다. 만일 부모님과 선생님이 가고 싶지도 않은 일류대학을 고집했더라면 필자는 대학시절 내내 놀기만 했을 것이다.

한국에서 일본어를 가르치면서 많은 고교생들을 만나봤지만 이들은 자신이 무엇을 하고 싶어하는지 잘 모르는 것 같았다. 꿈이 뭐냐고 물으면 우선은 일류대학에 가는 것이 지상최대의 꿈이고, 그 다음에는 좋은 직장에 취직하겠다는 식이 대부분이다.

필자는 한국 학생들이 이렇듯 자신의 진로에 대해 진취적이지 않은 것은 가정교육 때문이라고 본다. 부모님들이 어릴 때부터 일류대에 가서 출세하는 것이 최고라고 가르쳤기 때문에 아이들의 목표가 거기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물론 부모님들은 아이의 장래를 생각해서 그렇게 하겠지만, 그렇게 자라난 아이들이 과연 세상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세상을 위해 어떻게 공헌해야 할지를 깨칠 수 있을까. 나아가 스스로 행복해질 수 있을까.

우선 자녀들에게 주체적 사고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 중요하다. 스스로 생각하는 습관을 가지게 되면 자신이 어떤 꿈을 가질지 스스로 고민하게 되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 가고 싶은 대학과 학과도 선택하고, 직업도 결정하고, 사회를 위해 노력하는 인재가 될 수 있다고 본다.

시험을 보는 학생도, 모집하는 대학도, 자녀의 장래를 기대하는 부모님도 미래지향적인 사고를 하고 대도(大道)를 선택하는 마음의 여유를 가지면 좋지 않을까.

▽우에야마 다케시는 누구?▽

1975년 일본 오이타현 벳푸시에서 태어나 97년 일본 구루메대 법률학과를 졸업했다. 같은 해 한국으로 와 전주대 언어교육원 강사로 일하기 시작했다. 현재 한신대 신학대학원 목회학 석사 과정에 재학 중이다.

우에야마 다케시 한신대 신학대학원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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